기발하게 시작된 자살여행의 끝은??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기발한 자살여행.
이 책을 주저없이 고른 것은 저 깜직하고 도발적인 제목 때문이다.
저런 제목의 책이 얼마나 사람을 욱~ 하게 만드는지 책 좀 본다는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 거기다가 알라딘의 apple님의 서평이 무지무지 근사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짜증나는 11월.. 내 우울증을 날려버릴 책이 필요했고.. 이 깜직하고 도발적인 책을 구매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책은 자살에 관한 이야기다.
핀란드의 최대 명절 성 요한절에 자살을 결심한 온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미 4번이나 사업에 실패했고 자살도 처음시도한 것은 아니다. 아내는 더 이상 그에게 희망의 존재가 되지 못했고.. 실패는 지긋지긋해저버렸다. 그는 이번 자살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런데 또 실패했다.
바로 켐파이넨 대령 때문이었다.
아내의 죽음으로 삶에 어떤 환희도 찾을 수 없었고 그는 죽음을 택했다. 온니가 자살하려는 바로 그 장소에서..
서로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게 된 그들.. 조금씩 삶의 이미를 되찾는가 싶었는데 그 순간 이 불쌍한 중년 남성들은 깨닫는다. 아마 핀란드 어디에선가 자신들처럼 운명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쳐 죽음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헬싱키 중앙 우체국에 사서함을 만들고 전국의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낸다.

"모험가요 고민하지 말라. 헬싱키 중앙 우체국 앞으로 편지를 보내라. 암호는 '공동의 시도'"

온니와 대령의 치기어린 시도는 무려 600통의 편지가 왔고 그들은 또다른 자살 시도자 헬레나와 더불어 자살자들을 한데 모으는 거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자살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단순히 세미나를 위해 전국각지에서 헬싱키 라울리미에스텐 라빈툴라 레스토랑으로 모인것이 아니다. 진지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모였고.. 가장 극적으로 자살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바로 '기발한 자살여행'을 말이다.

이 이야기를 길지 않은 소설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냉소적인 문체가 읽는데 재미를 더한다.

"최소한 전쟁이나 폭동의 일어난 가망이라도 있으며 좋으련만! 그러나 최근 몇 녀동안의 세계 정세는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자체로는 긍정적인 일이었지만, 직업 구인에게는 다름아닌 실직을 시도했다. 현대 젊은이들에게는 기존의 사회체제에 반란을 시도하려는 기개가 부족했다. 핀란드 젊은이들의 사회참여활동은 역 대합실의 벽을 음담패설로 더럽히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런 반란을 지휘하거나 진압하는 데는 대령이 필요 없었다."

똑똑 튀는 시각과 가치관을 '기발한 자살여행'을 기발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글쎄...
다 보고나서는 보기 전의 기대를 다 채웠다고는 할 수 없다.

기발한 자살여행
이란 제목에서..  독자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이 여행이 자살여행이 아니라, 삶을 위한 another step일 될꺼라고 믿고 있었다.  그가 자세히 묘사한 죽어야 하는 시시껄렁한 이유보다 어떻게 삶에 대한 열정을 채워나갔는지 궁금했는데..  자살여행을 떠난 서른 여명의 사람들은 늘 술마시고 떠들어내며 아름다운 스위스와 독일로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2백만 유로가 넘는 최고급 관광버스를 타고 말이다. (이른바 재충전의 시간이다) 또 비슷한 또래의 남녀가 함께 뒹굴다(?) 보니 사랑이 싹트는 건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즐기다보니.. 산다는 건 꽤 재밌는 유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초 계획을 철외하고.. 열심히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는 결말..  그들이 죽으려했던 이유는 단순히.. '여유'나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고.. '여유'나 '용기'는  스스로의 재충전이나, 다른 이들로부터 충분히 재충전받을 수 있다.

 삶은 꼭 자신의 몫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게 마련이란.. 별반 다를 것 없는 주제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밑줄긋게 하는 말들은 많았다.
다시말하지만 작가의 재치와 가치관은 굉장히 탁월하다.

'어려운 상활일수록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기 마련이고 공동의 운명은 남자와 여자를 한데 묶어주기 때문이다'

심문받는 사람은 마치 양파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심문은 양파 껍지를 벗기는 작업에 비융할수 있었다. 거짓말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순백색의 진실이 드러나고, 양파껍질을 벗기면 몸에 좋고 맛 좋은 양파 살이 모습을 나타낸다. 두 경우 모두 껍질을 벗기는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삶은 그런것이다. 결국 양파는 잘게 쌀려서 버터에 볶아진다."

 8월의 어느 날 아침 처음으로 도수높은 술병이 온니에게 떠내려 왔다. 아주 맛좋은 상트레 코냑이었다. 당시 온니는 간밤에 마신 술 기운으로 심한 숙취에 시달렸는데, 적시에 떠내려온 코냑  병이 숙취에서 벗어날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술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호수에게 빚을 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