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생일 선물로 받아.. 지난 달 초에 다 읽었는데.. 이러저러하다.. 감상평을 못 남기고.. 그냥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노는 김에 예전에 읽었던 책 감상문 남기기 1탄.. 히스토리안.

어느 늦은 밤, 아버지의 서재를 뒤지던 한 소녀가 낡은 책 한권과 노랗게 바란 편치뭉치를 찾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소녀는 책과 소설을 통해서 아버지와 드라큘라  드란실바니아의 영웅 블라드 체뻬슈와의 괴이한 인연을 알게된다.

용의 삽화가 그려진 책.

20년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자신을 찾아온 한권의 책에 폴은 매료된다. 그리고 고문서를 찾아가며 그 책의 시대와 의미를 찾아 나가고 그 과정에서 적도 만나고 친구도 만난다. 대표적인 친구는 바로 로시교수. 폴이 책을 만나기 몇 십년 전, 자신도 바로 그 책을 만났음을 고백하고, 자신의 모험담을 털어 놓는다. 괴이한 인연에 불길한 예감이 드는 폴.. 그는 자신의 박사 논문(17세기 네덜란드의 중상주의에 관한 거였지 아마??) 도 놓아둔 채 책이 의미하는 블라드 체뻬쥬, 바로 드라큘라에 대한 연구을 시작한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들려주며, 독려하던 로시 교수는 행방불명이 되고..

행방불명된 은사 로시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폴은 로시를 찾아 떠나게 되고, 젊은 역사 학자, 무엇보다도 로시의 딸인 헬렌이 그 탐험에 함께 한다. 폴과 헬렌의 지도는 바로 로시의 연구보고서와 편지. 그리고 고문서. 로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터키로, 불가리아로, 루마니아로 드라큘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한세대를 뛰어 넘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나' 또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나의 무기는 아버지가 그러했듯, 로시교수의 연구보고서와 아버지의 일기..

여행은 터키로, 불가리아로, 루마니아로.. 우리에겐 생소한 동유럽을 기행하면서 십자군 전쟁과 블라드 체뻬슈의 죽음과 부활에 포커스를 맞추며 블라드 체뻬슈의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로시와 폴,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3대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다른 모든 이들이 말하는대로 이 책을 읽으면.. 왠지 동유럽을 한번 가보고 싶은 맘을 들정도로.. 묘사가 좋다. 마치 낡은 도서관의 햇빛사이로 그 먼지 하나하나가 눈앞에 상상될 정도로.. 구석구석 엄청난 자료조사를 한 듯 장소와 사료의 리얼러티로 꽉 차 있다.

 그러다 다른 이들의 말하는대로.. 드라큘라의 늦은 출현은 이야기의 김을 다 빼 놓고.. 읽으면 느끼는 의문점들.. 특히나 헬렌의 외모에 대한 징조들, (왠지 그녀가 드라큘라 가문과 연관이 돼 있어서 로시가 헬렌과의 부녀관계를 부정했나 싶었더니만.. 쩝.. -_-+ 답은 단순히 기.억.상.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퍼져있는 드라곤 판화 북들..-_-+ 새로운 도시에서 만나는 인간마다 들고 있던 판화북.. (나도 한권만 주지??) 폴과 헬렌의 김빠진 로맨스???로시의 긴장감 없는 죽음??

역사적인 고증(이게 맞는 건지 안맞는건지 모르겠지만)을 빼 놓고 이야기 자체로는 김빠진 맥주처럼 맹숭맹숭 그 자체다.

그러다 갑자기 이 소설이 역사 소설이 아니라, 로맨스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장래가 총망되는.. 인문학자들에게 놓여진 드라곤이 그려진 정체불명의 책 한권. 그 책에 빠져든 젊은 학자들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책은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젊은 학자들에겐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늙고 노쇠해져서야 로시교수처럼.. 그 실체를 맞닦드리게 된다. 드라큘라는 지적이며 섬세한 고서의 수집가이자, 학문의 애호가였다는 것을 떠올려보며.. 그들이 찾았던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한다. 헬렌은 딸 까지도 외면한 채 드라큘라와의 대면을 위해 숨어 살아야만 했다. (자아가 아주 강하고, 영특한 여자다보니. 왠지 학문을 위해 딸을 희생시킨 엄마같다. -_-+)

 

히스토리안들에게.. 삶과 생명, 사랑을 받쳐 얻어야 할 무언가가 있다. 바로 역사와 학문 그 자체라면.. 과연 우리에게 삶과 생명, 사랑을 받쳐 얻어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가??

 지루하고 장황하고 잼없는 와중에.. 나에게 서글픈 질문을 던진 책.. 히스토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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