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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로 번역되어 출간된 책이지만.. Life of Pie 파이의 인생이 원제다.
사람들은 못보는 장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전쟁영화나 소설을 끔직히도 두려워하고 어떤 사람은 공포영화나 호러물에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보면 나는 조난소설이나 표류기 쯤을 싫어하는 편이다. 천성이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공포를 가지고 있다.(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면 포식자일수록 자신의 영역을 고수한다. 초식동물처럼 기후에 따라서 이동하지 않고 영역을 지킨다고 하던데...) 그래서 파리대왕이나, 15소년 표류기니.. 얼마전 캐스트 어웨이마저도 외면했다. 그 절망과 사투가 보는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파이이야기도.. 한 소년이 호랑이와 함께 배에서 227일동안 사투를 벌인 조난 소설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없었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소설이다. (어떤 책의 서평이 근사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책을 오고.. 읽어가는 내내.. 나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 이걸 과연 백인 남자가 쓴 글이 맞나?' 힌두교과 불교가 탄생한 인도 영국의 식민지로 교회가 들어온 인도 그리고 이슬람교때문에 파키스탄과 분리된 지상에서 신과 가장 가까운 땅에서 자란 16세 소년..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백인들이 인디언을 몰아내고 개척한(?) 북미인이.. 그 소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니!!! 보는 내내 이런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것도 '잘' 그려내다니.. 문장을 수려했고 재기 넘쳤으며(공경희씨 번역이니.. 오죽 꼼꼼했으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지루한지 몰랐다.
파이 이야기를 보면서 몇번은 웃어 제꼈고 웃은 만큼 절망에 빠졌으며 여러번 당황했다.
파이 이야기는 단순한 조난소설(?)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조난 소설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파이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의 작은 도시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파이는.. 동물과 인간에 관해 성찰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기독교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믿음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성장 배경은.. 작은 구명 보트안에서.. 리처드와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동물에 관한.. 그리고 신에 관한.. 그리고 동물과 인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신과 인간 동물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흥미롭더니 인간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짜증이 나다니!!!
무엇을 믿을 것인가????? 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책!!! 파이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