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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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다.

가끔 나는 10대의 어린 소녀가 되기도 하고 20대의 젊은 대학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로 나는 40대의 한 아이의 엄마가 됐던 현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난 보낸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매일 내 옆에서 일어나는 남자가 내 남편이라는 사실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일 배운다.

나와 함께 침대를 쓰는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사실을..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는 과거를...

더 이상 내가 20대의 젊은이가 아니라는 현실을...

그러나 내일 아침이 되면

나는 다시 또 멍하지 새로운 현실 앞에 외톨이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불안하고 초초해진다.

 

이미 메멘토첫키스만 50번째등에서 이미 차용했던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를 추리물에 사용한 책이 바로 내가 잠들기 전에.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넌들 알겠느냐?’라는 노래가사처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주인공 크리스틴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하루 동안 기억이 존재하는 동안에 꼬박꼬박 일기를 써 내려가면 두뇌가 저장하지 못하는 기억을 종이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새삼스럽지도 않고 반전이라는 것도 김빠진 맥주처럼 시시하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가 주는 가장 단순하고 예측하기 쉬운 길을 따라서 이 책은 스피드를 내며 뛰어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졸음을 이겨내며 하루 밤 사이에 다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틴이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서 빼곡이 적어 내려간 일기 때문이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는 우리와 달리...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제가 두렵다.

그 기억하지 못하는 어제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녀는 일기를 쓰고, 그녀의 일기 속에는 그녀의 절망이 그대로 베어나온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망각의 내일을 맞기 보다 외면하고 싶은 과거를 마주하며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 내일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라, 불안하고 두려울 지언정, 그녀는 과거에 남기보다 미래를 선택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녀의 일기가 부러웠다. 그녀는 일기에 빼곡이 오늘을 기록하는 것으로... 

그녀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가 있었다... 

나에게도 그녀의 일기처럼 나의 맨 얼굴을 마주하고 두려운 내일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왠지 하루 밖에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크린스틴보다 내가 더 나약하고 어리석고 겁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나도 무언가 '일기'처럼 내 삶의 반전을 가져오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 (닥터 내시 나에게도 처방을 좀 해줘 보세요!!!)

 

아주 전형적으로 진행되는 아주 빠른 스릴러...

크린스틴과 교감되지 않는다면 김 빠진 맥주같은 추리물!!!

그러나 크리스틴을 이해하게 된다면 조금은 다르게 보일 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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