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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평점 :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우리 속담을 바꾸면
싼 물건은 저개발 국가의 자원을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했거나, 그들의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정부에게 원조를 약속하고 천연자원 개발권을 획득한 중국이 그들의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공산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우리는 중국이라는 세계 공장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 물질적인 풍요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풍요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무시한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공정무역 커피와 초코렛을 먹으며 나름대로 자신의 양심을 방어하고 나선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나, 나름 양심 있는 인물이야. 아동의 노동을 착취한 커피나 초코렛 따위는 먹지 않는다고...”
이 책은 우리가 무시한 물질적 풍요의 추악한 진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공정무역을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보고 있으면 미안하기만 한, 우리가 이룩한(그래도 나름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했으니..) 물질적 풍요의 속내를 마주하게 한다.
열 여섯 소년이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작은 통로로 이뤄진 깊은 광산에 들어가 캐내는 주석으로 휴대폰의 부품을 만들고, 안전조치 없이 소년들이 잡은 바닷가재는 미국인의 식탁에 오른다. 밀을 팔기 위해 시장에 가기 위해 여러 번의 검문소를 거쳐야 하고 검문소의 민병대든 정부군이든 군인에게 줘야 하는 통행료 때문에 시장에 가더라도 제대로 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아프카니스탄의 농부들은 양귀비를 재배해야만 한다, 최소한 양귀비 도매상(?)들은 그들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의 세계는 농부들에게 자립할 기회도 주지 않고 양귀비 밭은 지뢰로 파괴하고 만다. (그러면 다시 심으면 그만일 뿐이다) 물론 르완다의 소년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총을 들었다. 농사를 짓다 정부군이나 민병대의 총에 맞으니, 차라리 총을 쏘는 길을 선택했다.
잠시 공정무역에 대해서 이야기 할까?
질 좋은 커피는 킬로그램당 5달러도 넘게 거래 된다고 한다.
그러나 당신 속에 쥐어진 공정무역 커피가 보장하는 커피 가격은 킬로그램당 3달러를 넘지 않는다. 커피 왕국 네슬레에서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걸 보면... 이제 대기업마저도 공정무역 딱지를 붙이는 걸 보면 공정무역 커피는 이제 제 3세게 농민의 편에 선 재단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에 줄 서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가면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거다. 그러나 우리는 최저 일금이 5천원도 되지 않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비싼 물건을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제품을 소비하고 살 수는 없다. 나부터도 그건 사실이다. -_-+
이 책의 말미에 한 글귀에 내 마음이 머물게 됐다.
“좋은 일을 하기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
21세기가 되면서 20세기 우리가 가졌던 좋은 미덕 하나를 읽었다.
근검절약이라는 말은 어느새 궁상이 돼버려서,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풍속은 쩨쩨하고 찌질한 일이 돼버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느새 소비가 미덕이 돼버렸을까?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맞이한 물질적 풍요를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사실을 머리 속에 떠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기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니, 이 물질적 풍요가 주는 즐거움과 잠시 거리는 두는 것이 나쁜 일을 하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조금은 쩨쩨하고 찌질하지만....
조금은 절약하고 아껴 쓰는 것이...
윤리적인 소비는 물론 환경적인 소비라는 사실...
불편하지만 그것이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일보다 훨씬 윤리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렵지 않은 신자유주의 무역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 모두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