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세트 - 전3권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 겨울 ‘헝거게임’이 한참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을 때 심드렁했다.
12개로 이뤄진 각 구역에서 소녀소년 한 쌍을 뽑아 한 구역에 밀어 넣고 단 한사람만 살아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여라!!
뭐야, 이거 ‘배틀로얄’이잖아!
미국이라는 문화적으로 초강대국인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서 이미 나온 소재를 차용해 새로운 책으로 냈다는 것이 좀 짜증이 났다. 만약에 헝거게임이 먼저 나오고 배틀로얄이 나왔다면 (소재만 같을 뿐 이야기는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아마 배틀로열의 작가는 콩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미국 작가는 무사히 넘어간다. 나처럼 뭐야, 이거 배틀로얄이잖아! 하는 사람도 꽤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 작가보다는 훨씬 더 크고 강한 쉴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맘에 안 든다.
그러나 일년이 지나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의 첫 번 째 책 ‘헝거게임’을 보게 됐다.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데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탔는지 낡고 닳은 헝거게임.
뭐야, 배틀로얄보다 재밌나?
사람들도 이 책이 배틀로얄과 비슷하다는 것 알 텐데, 왜 이렇게 많이 봤지?
이 책을 제공한 웬수뎅이도 배틀로얄과 다르다며 제발 이 책을 좀 보라고 종요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고 이 시리즈를 삼일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캣니스는 독자가 읽지 않고는 못 베길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 시작은 단순하다.
북미대륙을 지배하는 판엠의 캐피톨. 그리고 캐피톨의 식민지 12구역. 원래는 13구역이었으나 13구역에서 반란이 발생하고, 이 반란을 잠재운 판엠은 헝거게임을 시작한다. 각 구역에서 12살에서 18살 중 한 소녀소년을 뽑아서 경기장에 몰아 넣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인사는 이렇게 ‘확률의 신이 함께 하길’ 헝거게임에 참가하지 않도록, 혹은 그 24명 중에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확률의 신이 함께 하라는 거다.

참.. 무섭고 잔인하다. 74년동안 23명의 소년소녀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리얼러티 쇼로 보고 있는 판엠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싶었다. 태어나 처음 걷다 넘어지고 말을 하고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학교에 가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소년 소녀의 죽음을 생중계로 보라니. 헐~~~~~~~~~~~~~

캣니스는 탄광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12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됐다. 그래서 아버지를 잃고 정신도 함께 잃은 어머니와 자신보다 더욱 사랑하는 프림을 부양하기 위해 나이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그리고 운명의 추첨의 날, 캣니스는 갓 12살이 되어 처음 추천을 하게 된 프림이 추첨되자, 동생을 대신 해 헝거게임에 자원하고  두 살 많이 피타와 함께 캐피톨로 입성한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그리고 판엠의 운명을 바꿔버린다.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로도 충분히 아련해진다.
캣니스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게일과 함께 사냥과 수렵을 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가장으로의 부담감을 오로지 게일과 나눴다. 프림 대신 자원한 캣니스에게 게일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너희 가족을 굶기지 않겠다’ 였다. 고작 열일곱살 소년이 죽으러(?)가는 첫사랑에게 한 말이라니...

그리고 피타. 빵집소년 피타는 아버지를 잃고 막 가장이 된 캣니스 앞에 일부러 태운 빵을 버린다. 캣니스도 알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 어머니에게 맞아 가며 그 빵을 태운 것이라는 걸.. 그러나 그걸 고맙다 인사하고 갚을 빚을 남기기엔 캣니스의 삶이 그리 녹녹치 않았고 가슴이 응어리진 인연은 죽으러(?)가는 길에 풀어야 했다.

세 소년소녀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 만으로도 ‘헝거 게임’이라는 절체절명의 운명 앞에서 흥미진지해지기 마련이다. ‘아이엠 넘버포’, ‘미드나이터스’,‘견인도서 연대기’ 등등 무릇 청소년 소설에서 주인공이 가져야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 희생정신 등등을 찾지 못해 요즘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은 왜 이런가.. 싶었던 나는 이 책은 주인공들이 충분히 주인공다운 신뢰와 믿음, 희생정신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너무너무 좋았다.

자 이 책은 캣니스가 주인공이니까.. 24명의 청소년들 중에 살아 남는 이가 누군지 뻔히 드려나 보인다. 그러나 주인공 캣니스도 순결하지 않다. 스스로 살아남고, 혹은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서 또 다른 희생자일 뿐인 소년 소녀를 죽이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책의 재미는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캣니스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이 판엠의 많은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고 그래서 자신의 운명 뿐만 아니라 판엠의 운명까지 바꿔내는 큰 울림을 가져온다.

그 소녀가 가져온 힘이 두려워(정말 활쏘는 것 외에는 잘하는 것 하나도 없는 평범한 소녀일 뿐인, 캣니스) 캐피톨의 정치가들은 말도 안되는.. -_-+ 살아남은 자들 그러니까 헝거게임 우승자들끼리의 경기를 펼치고, 다른 사람들은 죽이며 승리한 경험이 있는 한마디로 트라우마 덩어리인 사람들은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스스로 희생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활을 잘 쏘며 언제나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던 캣니스는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되어,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판타지’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
이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전혀 현실에서 이뤄질 것 같지 않은 올곧은 결말을 향해 곧장 직진한다.  

그러나 판타지의 힘은... 캣니스의 힘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어!!! 가 아니라 현실에서 있었으면 좋겠어!!! 라는 울림이 판타지의 힘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캣니스.. 피터 그리고 게일의 삶을 잠시 들여다봤던 삼일이라는 내 시간에 감사하며.. 그들의 삶에 축복을 기원한다. 

 


이 책을 읽었던 그 삼 일의 시간은 안철수 교수의 서울 시장 출마설이 한창일 그 때,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와의 회동후, 출마 포기를 선언했던 그 때다. 그래서 이 책의 올곧은 결말이 가슴에 맺혀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 될 때 인 것 같다.
이번 10.26 지방 선거에서..그 최선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서울 시장이 뽑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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