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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소재부터가 신선했다.
많은 추리소설에서 소녀들이 사라진다.
순결한 어린 소녀들이...
독자들인 분노에 치를 떨며 얼른 범인이 잡히길 바란다.
그런데 이 소설의 소녀들은 다른 소녀보다 더 아련하고 순결하다.
모두 장님이기 때문이다. 한번도 빛을 본 적이 없는 어둠 속의 소녀들
그 안에서 용기를 찾고 지혜를 갖추며 세상에 용감한 소녀들이기에 독자들은 이런 아름다운 소녀들은 납치한 연쇄살인범들을 더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의 어리석은 탐정역을 하는 사람은...
독자의 감정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지나의 오빠, 막스다.
열 다섯.
어린 나이에 장님 소녀를 돌보는 것이 조금 버거웠던 오빠.
친구들과 두 시간만, 인생의 아주 짧은 시간 축구를 하고 싶었던 소년...
그 시간에 동생이 납치 될 줄 알았더라면, 그래서 그 열 다섯 이후의 삶이 지옥으로 변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동생 곁을 떠나지 않았을 동생을 사랑했던 선량한 소년말이다.
그리고 지나가 사라진 후 10년. 또 다른 장님 소녀가 납치된다.
매력적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매력적인 소설을 보는 게 힘들었다.
범인의 심리묘사가 너무 섬세해서, 그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두려웠고
동생을 잃어버린 막스의 후회에 동감하는 것이 버거웠다.
범인과 탐정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요즘 범인의 심리를 쫓아가는 소설이 흔해지긴 했지만, 그 중에 이 소설이 으뜸이다. -_-+ 15년전 ‘링’ 이후 나에겐 두려움에 잠시 책을 내려둔 두 번째 소설이다)
여형사 프란체스카와 막스는 범인이 흘려 놓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서를 쫓아서 사건의 전말을 향해가기 시작하고, 다른 서스펜스 소설이 주는 긴장감이 탁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동생을 잃은 오빠의 분노와 자책, 그리고 범인을 향한 분노가 어떤 소설보다 묘사되어 있어서 보는 이들의 막스의 심리를 쫓아 몰입하면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요즘 흔해빠진 반전도 트릭도 없지만, 사건의 무게와 인물의 심리묘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추리소설의 매력을 충분히 선사하는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 가장 재밌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강추..>.<
PS 스포일러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해피엔딩도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