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책이야!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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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밌다.
나는 재미있었다.
7살 먹은 세연이도 재밌다고 봤다.
시계를 곧잘 보게 된 세연이는 동키가 4시간 반 동안 책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동키가 게으르다며 큭큭 웃어댔다. (우리 세연이는 책이 재미없다 보다. 4시간 반 동안 자신을 사로잡을 책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메일도 트위터도 와이파이도 모르는 세연이도 이 책이 재밌다고 했다. 나는 더 재미있었다. 메일도 트위터도 와이파이도 줄 수 없는 책의 즐거움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동키와 몽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책은 ‘보물섬’이다.
아.. 보물섬.
아직 우리 세연이는 보지 못한 책, 그렇지만 아득히 먼 옛날 내가 봤던 책 보물섬.
짐과 실버의 우정.
정의로운 짐과 욕심 많은 실버의 운명의 엇갈림.
보물을 두고 벌어지는 해적과 신사들의 전쟁.

아득히 먼 옛날, 이 책을 보기 전에 잊혀졌던 그 옛날,
우리 엄마는 나에게 내일도 학교 가야 한다고 자라고 자라고 잔소리를 하셨고..
난 동키처럼 이 책에 빠져버렸다.
실버는 보물 지도를 뺏기 위해 짐의 우물에 독을 풀었고, 생존을 위해서 보물지도를 포기하려던짐의 일행은 때 마침 내리는 단비에 실버의 덫에서 빠져 나오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읽기 위해서 스탠드 불빛을 이불로 가리며 늦은 밤 숨죽여 짐의 모험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그 순간으로 나를 데리고 가버렸다.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그 옛날의 그 순간으로 말이다.

8090 유행가를 들으면, 처음 그 노래를 듣던 순간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고 한다. 유행가는 기억 속의 타임머신이 된다고 하는데 책은 유행가보다 더 생생한 타임캡슐과 같다.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책은 고스란히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아마존 서평에 보면 전자책을 즐겨보는 친구들과 21세기에도 종이 책이 지속될지 의심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써 있는데 나도 그렇다. 종이 책이 주는 즐거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 10.1인치 LED화면이 절대로 기억할 수 없는 내 어린 시절까지 말이다.
와이파이도 트위터도 페이스 북도 모르지만 동키와 몽키, 마우스의 재치 넘치는 대회에 7살 어린 세연이도 즐거워하면 본 책, 그리고 유년기의 내 모습과 조우하게 만들어 준 책..
100점 만점에 1000점을 준다고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아름다운 책이다. 
 

그래, 바로 이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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