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백인이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바로 흑인 -_-+
결백을 주장하는 흑인을 위해서 능력이라고는 검증되지 않은..
새파란 신참 변호사가 나섰다. 과연 진실을 어디에... ?

이런 소설, 참 흔하다.
이런 식의 인종차별, 인종편견을 다룬 법정소설을 한두 편이 아닐 뿐아니라, 범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언제일어났는가, 어디서 일어났는가 배경이 바꿔지면 갑자기 새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존 카첸버그는 추리소설 작가라면 언젠가 한번 쯤 다뤘을(그 정도로 흔한) 이 소재를 완전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백인이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바로 흑인 비행조종사 스콧.
결백을 주장하는 흑인을 위해서 새파란 신참 변호사, 토미가 나선다.
때는 1944년, 장소는 스탈라그 루프트 13 연합군 포로 수용소

범인을 잡는게 중요한 추리소설도 있고,
범인을 잡는 과정이 중요한 추리소설도 있다.
가끔 범인보다 '왜?' 범죄가 일어났는가가 더 중요한 추리소설도 있다.
 
누명을 벗고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스콧과 토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명예와 진실.
그 곳, 그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찾아오지 않은 선택의 기로.
그 안에서 주인공은 선택을 하고 스스로 증명해야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 남아야 한다.

그것이.. 1944년 스탈라그 루프트 13 연합군 포로 수용소에 갖힌 채
살인누명을 쓰고 재판을 진행하는 토미와 스콧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이 된다.

이 곳에 갖힌 포로들은 공군이다.
비행기가 격추되어 포로가 되었다면 다른 전우들의 전사를 목격했다는 의미다.
자신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씁쓸했던 점이다.

우리들의 피의자 스콧중위.
아무리 세상에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할 지라도 나와 같은 피부색을 지닌 사람이 한 명 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곳 바이에른 숲의 흑인은 스콧 뿐이다.그는 독일군에겐 연합군이라는 적이고 연합군 포로들속에서는 흑인이라는 적이다. 적들 속에서 스콧 중위는 살인누명을 뒤집어 썼다. 처절한 외로움과 차별 속에서 누명을 벗어야 한다.

또 그들이 사병이 아니라 장교라는 점도... 조금은 특이했다.
사병과 장교사이.. 생존보다는 명예의 무게가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에 이익을 조금 더 대변해야 할 것 같은 사람들로 느껴졌다. (이건 순전히  헐리우드 영화에서 습득된 개인적인 선입관임으로 아니면 말고다.)

사흘동안 벌어진 재판 과정을 통해서
토미는 혼자 살아 남았다는 그 죄책감을 씻어내고 스콧은 흑인 전체의 명예를 위해서 뛰어든 전쟁에서 그 명예를 지켜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 것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토미의 멘토가 된 법정 변호사 영국군 포로 필립과 토미의 관계 속에서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우정도 느낄 수 있고 왜곡된 신념이 얼마나 인간의 기본 정신을 말살하고 무시무시 해 질 수 있는지 피셔대위의 행동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또 전쟁이라는 난리통에서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 최선을 다하는 프린츠 1호의 행동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이 소설 속의 진실은 명예라는 허울을 위해서 무참히 짓밟혔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진실은 아무래도 좋았고,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로 하는데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 포로 수용소에서 벌이는 하트의 전쟁은.. 허울좋은 명분을 위해서 진실을 땅에 쳐박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역사의 모든 전쟁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지만, 이 책은 어떤 서평보다 좋다.
전쟁이라는 것, 생존이라는 것, 명예라는 것, 인종차별이라는 것.
그리고 젊음이라는 것 등등등 수 많은 생각거리를 알려주는 멋진 책이기 때문이다.   
670페이지의 무겁고 육중한 책의 무게를 지탱할 근력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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