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불 블랙 캣(Black Cat) 22
C. J. 샌섬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울프 홀'로 크롬웰과 사랑에 빠진 나는... 이 책의 배경이 크롬웰 시대라는 것을 알게되자... 급히 읽기 시작했다.
크롬웰!
신권보다는 왕권을..
왕권보다 자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장사꾼이자 변호사인 사내.
술 주정뱅이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백작의 지위를 받고 왕의 오른팔이 되었던 남자.
신념을 지키기위해서 죄를 짓고 그 죗값을 순순히 받아 들었던 사람.
그러나 이 매력덩어리 캐릭터가 안타깝게도 주인공은 아니었다. ㅠㅠ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곱추다.
등이 굽은 변호사 샤들레이크.
정의롭기는 크롬웰보다 올곧고 크롬웰보다 논리정연하다.
그의 신념도 크롬웰못지 않지만, 그의 정의는 낮은 데로 임해서권력보다는 시민의 편에 서 있는 남자다. 샤들레이크도 시리즈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전편 '수도사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
(곧 읽을 예정이다)

크롬웰은 누군가 잘못 그린 초상화하나로 망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앤블린과 이혼 후 그녀의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와 결혼했던 헨리는 제인 시모어가 출산시 사망하자, 또 다시 결혼을 한다. (대체 몇 번이나 하는 거나고.. ㅠㅠ) 종교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크롬웰은 개신교도인 클리브즈 가문이 필요했고 그 클리브즈 백작의 누이 초상화가 헨리에게 보내진다.
그러나 초상화에서 아름답던 클리브즈의 앤의 실물은 영 아니였던 모양이다. 그 화살이 클리브즈의 앤과 결혼을 성사시켰던 크롬웰에게 향하고 그로 인해서 실각했다고 한다. 그런 헨리 8세는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때문에 그를 실각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자신과 비슷한 권력을 갖게 된 크롬웰을 견제하려했던 것이고 그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생각 하지만 그 찰떡 같았던 두 남자, 헨리와 크롬웰의 사이에 작가 C.J 샘섬이 개입해서 왜 크롬웰이 실각했는지 <어둠의 불>로 밝히고 있다.

자신의 사촌 동생을 죽였다는 죄명을 쓴 엘리자베쓰를 변호하기로 결심한 샤들레이크.
그러나 이 16살 소녀는 아무런 말도 없다.
자신의 죄를 항변하지도, 시인하지도 않고 그저 침묵할 뿐이다.
엘리자베쓰의 압살형을 눈 앞에 둔 샤들레이크. 그런 그에게 크롬웰이 거래를 한다.
그녀의 처형을 2주 연기할 테니 대신 '그리스의 불'을 구해달라는 것이다.

그리스의 불.
이른바 화염방사기. -0- 모든 배를 불태울 수 있는, 물로 끄려고 해도 끌 수 없는 미지의 불..
해전과 백병전으로 전쟁을 치루는 그 16세기에 이 전설의 그리스의 불은 그야말로 대량 살상용 무기가 아니겠는가? 그런 '그리스의 불'을 잃어버렸으니.... 크롬웰의 입지는 풍전등화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수족인 샤들레이크에게 이 잃어버린 그리스의 불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샤들레이크는 런던 구석구석, 수도원에서부터 선원들의 술집, 귀족 파티까지 쫓아다니며 미지의 불. 검은 색 액체로 작은 불도 크게 만들고 끌려고 해도 끌 수 없는 그 미지의 불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미지의 불에 가까웠던 사람들은 모두 살해당하고 샤들레이크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이 다가 온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들고 다니고 볼 수도, 누워서 볼 수 없어 정자세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CJ 샌섬은 아주 꼼꼼한 작가다.
16세기 런던의 건물부터 작은 골목길까지 구석구석 고증해서 썼을 만큼 아주 섬세하고 틈이 없다.
그래서 읽는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범인이 뻔히 보이는 미스테리지만 그 미스테리를 증명할 길을 찾을 수가 없는 샤들레이크.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미스테리의 끝은 허망하고 조금은 씁쓸해진다.

그러나 그들이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그 그리스의 불..
모두의 마음을 빼앗은 그 어둠의 불은
젊은 시절 그들이 바랬던 종교개혁과 사회개혁이 아니었을까...
그 아름다운 불꽃만 스치듯이 보여준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 불은
그들의 이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진실을 알고 있지만 구태연한 인습에 얽매여서...
어린 소녀 '엘리자베쓰'를 압살형의 위기로 몰아 놓은 나이 든 사람들 속에서
사라져버린.. 희망처럼 말이다.

16세기 유럽의 모습이 궁금하고.. 또 미스테리가 전해주는 은유의 세계가 좋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을만한 책.
그렇지만, 유럽사를 왜 알아야 해!! 난 화끈한 미스테리가 좋아! 라고 할 사람에겐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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