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사랑스럽다. 귀엽고 아기자기 하며 내 마음에 꼭 든다.
책띠에 기록된 워싱턴 포스트지의 서평처럼 "세상의 모든 책들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달콤하고 정감 넘치는 찬가" 란 말이 딱 어울린다.

이 책의 캐릭터에는 현실감 따위는 없다. "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인물들, 신의와 정직, 그리고 따뜻함을 가진 인물들로만 가득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우리의 말더듬이 매력남 "도시"는 우직함과 충직함은 매력적이고..
지적이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우리의 여주인공 줄리엣은
제인 오스틴의 주인공들과 많이 닮아 있다.
(그녀와 성격이 쌍둥이처럼 닮은 또 다른 주인공 엘리자베쓰도 그렇고)
어디선가 수다쟁이 참견쟁이 그리고 의도와 다르게 트러블을 일으키는 이쏠라도
이런 따뜻한 소설에는 언제나 등장한다. (오호.. 미스 마플의 이웃들이 생각난다)
따듯한 마음씨의 지적인 아멜리아도 꼭 등장했으면 하는 할머니다.

그뿐인가? 분노를 먹고 살며 다른 이들을 비판만 해대는 아델레이드같은 아줌마도
극의 활기를 더해준다. (하다못해 다섯살짜리 키트마저도.. 완벽하게 사랑스럽다)
이 모든 캐릭터가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자리잡아 코지스타일의 건지아일랜드를 멋들어지게 만들어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이 서간체 형식의 소설과 읽기도 전에 사랑에 빠졌다.
1934년 생의 작가 메리 앤 셔퍼는 그녀 평생을 여러곳의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고
지역 신문의 편집을 맡았다고 한다. 그녀의 오랜 꿈은 '출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을 쓰는 것이었고 어느날 그녀의 오랜 문학 클럽 친구의 "닥치고 쓰기나 하라고!"란 말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끝에 이 책이 나왔지만, 완고전 그녀의 건강이 나빠졌고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한 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단다. 이 책이 그녀의 데뷰작이자, 유고작이다.

 평생 책이 좋아서, 책 곁을 떠날 수 없던 작가..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수다를 떨기 좋아했던 작가(내 마음엔 그린 작가의 모습이다) 이런 작가가 평생동안 마음에 품었던 책이니만큼 아니 좋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평생 읽은 책 속의 주인공들과 주위 사람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건지 아일랜드의 여러 사람들을 창조해내고 전쟁이라는 절대 잊혀지지도 치유되지도 않는 상처를 동여맨 채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서간문이라는 형식을 빌어 조용히.. 그러나 다정하게 그려냈다. 

 오늘 '월드비전'에서 소식지를 보내왔다.
2009 기획 특집으로 '한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해요'라는 기사가 실렸다. 난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감자껍질 파이클럽 멤버들이 떠올랐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한 마을이 필요해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전쟁의 폐허를 치우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면서..
서로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복돋아주는 건지섬과 같은 마을이 말이다.

너무나 완벽해서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내 이웃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지 파이클럽" 이다. 

 

 


PS 이 책과 거의 흡사한 형식과 내용의 "첼링크로스 84번지"란 책이있다. 마스크 서점이 있던 자리가 채링크로스 84번지다. 헌 책을 매개로  2차대전 직후  런던의 고서점 가족들과
미국의 한 작가와의 우정을 그린 편지글이다.
(거기다가 이 글은 진짜 실화다!!!!)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건지섬 이야기처럼 마음이 따듯해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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