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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먹먹해졌다는 표현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갑자기귀 귀가 막힌 듯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혹은 체한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먹먹하다는 표현을 쓸 때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지만..
체한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한 것 이상의..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동반하는 표현일꺼다.
'텐더니스'를 읽고 난 내 마음이 그랬다.
우울함과 안타까움에 내 마음은 갑자기 먹먹해졌다.
어제 저녁 3시간 남짓의 독서를 끝내고 나서
갑자기 먹먹해진 마음을 풀어.. 왜 먹먹해졌는지 글로 남기기 위해 오늘 아침까지 쭉 생각을 해야했다. (꿈도 이상한 꿈을 꿨다. -_-+ 잠들기 전의 독서로는 비추다)
이 책이 서스펜스일까?
외모도 훌륭한 머리 좋고 자제력도 괜찮은 젊은 연쇄살인범 '에릭'과
그를 잡기 위한 권모술수도 가리지 않는 제이크 프록터라는 노 형사가
텐더니스 삼각형의 두 축을 차지하고 있으니,
추리소설이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서스펜스라고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다.
바로 삼각형의 마지막 꼭지점 '로리'때문이다.
연쇄살인범 '에릭'도 그렇지만 '로리'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그 불우한 가정 환경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에릭을 어린 고양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며삶의 활력을 삼았고 로리는 집착의 대상에게 (그것이 누구든지 간에) 키스를 퍼붓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법을 알지도 못한다. 그저, 삶의 불행에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의 삶을 돌이키는 대신 삶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래서 불행해지지만.. 애초에 태어날때부터.. 그들의 환경을 10대 청소년들이 가져야할 관심과 행복에서부터 멀어져있으니..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로리'의 순수한 열정이 모든 것을 갈라버렸다.
완전히, 돌이킬 수 없도록...
유명한 뮤지션과의 키스로 새로운 집착의 대상이 필요했던 로리는 3년전에 스쳐지나간 에릭에게 키스하기로 결심하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건다.소녀에서 여인으로 몸은 성장하지만, 내면까지 성장하지 못한(혹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이미 너무나 철들어버린) 로리의 맹목적적인 애정은 차갑고 영리한 연쇄살인법 '에릭'을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와 소통하기 보다 스스로의 환상에 빠져있길 좋아하는 소년 에릭.
영리하다 못해서 영악한 연쇄살인범
까무잡잡한 피부에 풍성한 흑발, 그리고 가냘픈 목을 보면 살인충동에 빠지는
어느 누구로부터든 무조건적인, 헌신적인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열여덟 청년은 로리의 희생을 통해서 구원받는다.
에릭에게 망각보다 먼저 찾아온 소녀, 로리.
에릭에게 눈물의 의미를 알려준 소녀, 로리.
처음 시작부터 절대로 맞닿을 수 없었던 에릭과 로리의 사랑이
하루 종일 날 먹먹하게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