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이지 오랜만에 신나게 읽었다. 

 마법이 가득한 마법사의 빵집!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얕봐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 책은 생각외로 무겁다. 무심한듯한 어조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창비>에서 상을 받았으니 허투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무리 유머와 위트로 포장하고 있지만, 판타지적 세계로 독자를 살살 꼬시고 있지만, 이 책은 가볍거나 혹은 유쾌한 책은 절대로 아니다.  

 안심해라. 무겁다고 재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한번 책을 잡으면 끝을 봐야 잠들 수 있는 책이니까... 

이 책의 '나'는 운도 지지리도 없다.

평범한 아버지를 뒀지만, 엄마는 그렇지 못했다. 우울증을 앓다가, '나'를 청량리 역 한가운데 버리고 온데다, 몇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성공했다. 그래서 새로운 엄마가 생겼지만.. 글쎄, 동화 속에 나오는 끔찍한 계모와 그 성품이 닮아 있었으니... 나는 쭉~~~ 외롭게 자랐다. 그래, 거기까지 좋다. 10대에 외롭지 않은자 누구 있으랴? 누구나 부러워할만 부모님과 흠잡을 데 없는 가정환경을 지녔어도 10대는 늘 외롭기 마련인게 아닌가?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꾹~~~ 참고 비명지르지 않고, 언젠가 이 가정에서 벗어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내게 끔직한 사건이 생겼다. 성추행을 당했다 의심되는 내 의붓 동생이 가해자로... 나를 손가락질 한 것이다. 

ㅠㅠ 난 천하의 몹쓸넘이 되서... 차가운 계모의 냉대에서 끼니를 채우려고 드나들던 위저드 베이커리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을 읽다가 '타임패트롤'의 한부분이 생각났다.
시간의 탄력성

아무리 타임머신으로 히틀러를 찾아 2차세계대전 전에 그를 암살한다고 할지라도..
시간의 탄력성을 히틀러와 같은 인물을 또 찾아낼꺼고.. 결국 2차대전을 발생한다는 요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은 선택의 절대성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선택이란 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은 스스로에게 귀속되니...
부디, 다음은 절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일을 주의깊게 선택하고, 그 선택한 것의 책임을 스스로 끝까지 져 나가야 한다는, 아무리 마법같은 편법도 그 선택의 절대성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

단백한 '비즈니스 에그머핀'과 고소한 '메몰리얼 아몬드 스틱', 싸싸름한 '악마의 시나몬 쿠키'도 당신의 선택을 대신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어떤 인생이든... 그 책임은 바로 당신이 져야하는 것이다. 남탓하지 말라구!!!!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이 좋았던 건... -_-+ 마법의 능력 때문에 언제나 몽마에 좋은 먹이감이 된 '마스터'를 위해서 '나'는 기꺼이 몽망에게 내 몸을 내어준다. 그리고 이틀동안 악몽에 시달리다 기력이 쇠해 겨우겨우 깨어나는데... 그 때 마스터가 한 말이다.

"네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상대가 비교적 급이 낮은 마물이었기 때문에 힘이 크지 않고 있는 힘이나마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거. 두번째 네가 나이도 어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불쾌하거나 끔직한 경험의 폭이 터무니 없이 작기 때문이야....." p163

아무리 난장판 가족에, 계모의 냉대에, 말더듬는 버릇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에, 동생의 성추행범으로 몰린 10대의 억울한 소년의 삶은 별로 끔직한 경험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마스터에게... 나는 반해버렸다. 그래, 내 작은 생채기가 남의 폐병보다 중하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늘 그런거다. 별거 아닌 것에 늘 전전긍긍하고 살아가는 거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