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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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애야, 어른이야, 왜 이렇게 사람을 먹먹하게 만들어??

유령여단은 <노인의 전쟁>의 후속 편 격이다.
하지만 젊은이의 몸을 가진 노인 ‘존 페리’는 나오지 않는다.
배신자 ‘샤를 부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재러드 디랙의 이야기다.
샤를 부탱이 왜, 그리고 어떻게 우주개척연맹 CDF를 엿 먹이려고 하는지 궁금해진 우주개척연맹은 샤를 부탱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든다. 그게 재러드 디랙이다.

자.. 그럼 재러드 디랙은 폭탄이 된다.
과연 우주개척연맹을 엿먹이려는 샤를 부탱처럼 CDF를 배신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서 나고 자란(겨우 1년도 못살았는데) 새로운 인물이 될 것인가?

이 책의 주제는 이것 말고도 엄청 많지만..
(왜 이리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많이 나오는지…
엄청난 과학문명을 가지고도, 언제나 적들을 말살하기 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기술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멋쟁이 콘수족… 그리고 콘수족에 의해서 만들어진 종족 오빈. 스스로 영혼을 찾기 위해 지옥까지 끝까지 갈 준비를 하는 오빈 족! 아… 오즈의 마법사 깡통 같구나. 하지만 깡통도 오빈도 이미 영혼을 갖게 된 것 같은데… )
재러드 디랙에 집중하자.

뛰어난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디랙.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연약한 디랙을 사회를 배우기 위해서 SF소설들을 읽는다. ‘엔더의 게임’, ‘스타쉽트루퍼스’. ‘영원한 전쟁’ 등등.. 오직 한권 ‘찰리의 귀향’만 구할 수 없다. 이 책들 다 좋다. 읽고 나서 생각할 거리를 잔뜩 심어주니까..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이 떠올랐다.

어슐러 K. 르권의 아홉개의 생명과… 케이트 월헴름의 ‘노래하던 새들이 사라진 곳’이다.
두 책들 모두 인간복제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보이 SF걸작선에 실린 단편>

아홉 개의 생명에서는..태어나 자신의 클론들 외에는 생활해 보지 않은 카프는 우주에서,.. 자신의 다른 9개의 생명을 잃는다.
‘부서진 세트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 단편, 외로움에 익숙지 않은 존재. 다른 개체에게 사랑을 주는 법 조차 모르는 그’ 
 


케이트 월헬름의 소설 ‘노래하던 새들이 사라진 곳’은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지만.. (당연하지. 이 책은 장편이니까… 아홉개의 생명은 단편이고..) 두 여성 작가가 본 클론들은 이렇게 본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을 이해하는 개체. 홀로 태어나 온전한 자아를 갖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 말이다.  

(이 두책다.. 모두 복제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안 읽어보신 분들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보면 좋을 책들임)

그러나 유령여단은..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을 끌어들여 이 존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창조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뇌도우미를 통해서 온갖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했던 그들은…. 모두 아홉개의 생명을 지닌 클론들이다.

p.351
죽는 다는 사실 때문에 미친 게 아니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6년 평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혼자라는, 따로 떨어졌다는, 통합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중략>… 살아온 매 순간은 물론이고 죽는 순간가지도, 그는 다른 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그곳에 있었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이들이 곁에 있으리라는 확신을 위안으로 삼았다. <중략> 자신처럼 죽음을 향해 떨어지고 있을 친구들에게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쓰라림은 혼자 떨어져 있다는 공포와 맞먹었다.

이거다.
이 부분이 날 먹먹하게 했다.
혼자 죽는다는 사실과… 혼자 죽어가는 동료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맞먹을 공포일 만큼 누군가와 통합(?)되어 본적이 없는 나는… 클론주제에, 스스로의 자아를 갖추지 않고 속성으로 자라 경험도 부족한 클론이 부러웠다. 아홉 개의 생명에서의 클론이나, 노래하던 새들이 사라진 곳의 클론을 부러워한 적이 한번도 없건만.. 다른 이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태어났지만 개성을 가지고 영혼을 가져 무언가를 나눌 줄 알게 된 이 연약하면서도 순수한 힘을 지닌 클론들이 부러웠다.

p.155
재러드. 내가 인간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을 자네와 공유하고 싶군.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데, 난 좋은 사람들을 좋아해. 자넨 좋은 사람 같아. 모두가 그걸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렇다네”

클라우드 중위. 나도 좋은 사람을 좋아해요. 그래서 좋은 사람들만 나오는 이 소설이 못견디게 좋아요. (젠장, 이런 좋은 사람들이 왜 끊임없이 전쟁질만 해대는지 좀 가르쳐주세요. 인간들은 지구에서 다른 모든 생명들을 왕따 시키며 멸종시켜가면서 말이에요.. 우주 나가서도.. 그러고 있나요?)


p. 170
다른 모두에게 나는 그저 수 많은 적들 중에 또 하나일 뿐, 지루함에 미치지 않게 책 한권 넣어줄 가치도 없는 포로요. …<중략> 최소한 당신은 날 가치 있는 존재로 봐. 내가 지금 사는 작디 작은 우주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내 최고이자 유일한 친구라오. 당신이 아무리 적이라 해도


쳇.. 포로도 이렇게 신성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마구 해 댈 수 있지?
포로마저도.. 외계종족마저도 이해가 되고 작가 존 스칼지가 벌이는 우주 전쟁에 대해서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책.
대체 언제 3편이 나올지… 3편은 나오긴 하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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