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심판자 밀리언셀러 클럽 59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데릭스트레인지 시리즈 2편이다.
1편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저자 조지 펠레카노스의 소설은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스피드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재밌다는 거다.
'재미'야말로 자는 시간을 줄여서 읽게 만들고.. 출퇴근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곧장 책을 거내게 만든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꺼내 읽기 낯뜨거운 정교한(?) 성묘사가 툭툭 튀어나와 사람을 당황케 만드는 조지 펠레카노스 책의 재미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인종차별과 가난, 그리고 폭력에 관해 '공감'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다는 거다.

데릭스트레인지는 50대의 흑인 형사출신 탐정이다.
워싱턴 DC 슬럼가에서 나고 자란 데릭 스트레인지에게 폭력은 친구고 마약은 일용한 양식이고 가난은 평생 함께 할 동반자다. 흑인이니.. 태어나면서 느끼는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해서 무감감해질 만도 한데... 일부러 촉을 바싹 세우지 않아도 순간순간 스스로를 먹먹하게 만들고 욱하게 만든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데리 퀸... 1편 격인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나온,
'욱'하는 성격 때문에... 억세게 운이 나쁜 아저씨다.
그 아저씨는 데릭 스트레인지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꾸려 나가며 흑인사회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그 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인종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뼈져리게 느낀다.
데릭과의 만남 이전에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믿지만, 그도 깨닫는다.
인종차별이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아니라고 부정해봤자, 그 골만 깊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젠 자신도 인종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단지 남들보다는 덜 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체.. 이 저자, 조지 펠레카노스 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일까 하고 말이다.
성을 봐서는 유럽계가 분명한데..
인종차별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뭔지...
그래서 구글링을 해봤다. 
 

 

 예상대로 백인다. -_-+ 젠장..
왜 갑자기 흑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록이 백인의 음악이듯이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백인들의 전유물이란 말인가? 한번쯤 흑인 작가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을 읽고 싶다. 혹시 그런 책을 읽으신 분은 추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갑자기 빵 하고 터졌고..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원래 속편이나, 시리즈는 첫번에 캐릭터를 생각하느라 좀 힘들지만,  두번째부터는 좀더 속도가 붙긴 하지만 말이다)

워싱턴 D/C,
노스웨스느 랜돌프와 노스캐피털 스트리트 모퉁이에 있는
테일러 장의사 외벽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일으켜줄 생각이 없다면 쳐다보지도 마라"

그래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동정도 하지 마라!!!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난과 폭력, 마약으로 찌든 워싱턴 D/C 슬럼가에서.. 데릭과 퀸은 아이들에게 풋볼을 가르친다.
50불짜리 연회비를 낼 수도 없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해서 희망과 책임감, 그리고 연대의식을 가르친다.
"네 형제를 보호해. 무엇보다도 네 형제를 보호해야 한다"
운동과 시작과 , 끝에 구호처럼 이 말을 외친다.

데릭은 함께 풋볼을 하던 조지를 잃는다.
삼촌 '월더'가 빚진 돈 100달러 때문이다.
어처구이 없는 작은 돈 때문에 12살이 소년은 희망과 꿈, 그리고 생명을 잃는다.

그런데 조지의 생명을 가지간 것은 일으켜줄 생각이 없다며 쳐다보지 않은, 미국 사회라고 외친다.

p.79
자식을 맡긴 부모들은 가능하면 도와주려 했다. 그들은 코치들과 함께 연습과 시합 전후의 이동수단을 책임졌다. 이런식으로 팀을 꾸리고, 아이들을 나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노력이다. 물론 그 책임은 항상 관심있는 소수에게 주어진다.

p.291
가난은 폭력을 낳습니다. 가난한 흑인애들도 부촌의 백인애들과 똑같은 광고를 보며 크죠. 손에 넣어야 할 보물들을 어린시절 내내 보면서 자라는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손에 넣죠 예? <...> 하지만 학교 다닐 떄 읽어보라고 책 한권 준 사람이 있는 줄 아십니까?
독서를 해라. 그러면 대학에도 갈 수 있고 언젠가는 네 사업을 꾸릴 수도 있을 거다, 라고 말해 주는 사람 말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흑인들에게 아무것도 맡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고 싶으면 혼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죠.


<지옥에서 온 심판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폭력을 택한 사람들을 단죄하지 않는다. 아들을 잃어서... 복수의 화신이 된 '그랑빌'도..
겨우 100달러 때문에 삼촌 월더를 처단하려 하다가.. 조지까지 살해한 '가필드'도...
냉정하게 법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고 (법이 정의다?)  독자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워싱턴 D/C의 하루 일과처럼...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그저 그런 하루의 풍경처럼 흘려버리고 있다.
그리고 폭풍에 한가운데 있던 데릭은..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네 형제를 보호하라'고 가르치며.. 패배를 받아드리는 법..
그리고 패배를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욕설과 거친 성묘사가 가득한, 범죄로 얼룩진 위싱턴 DC의 어느 하루 풍경이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PS. 미국 흑인남성의 평균 수명은 69.8세로 백인 남성에 비해서 10년 정도 더 짧고
     최대 빈국 북한 (69.1세)와 별 차이가 없다.

PS. 미국 흑인 남성 중 1/3이 수감된 반면, 백인 남성의 1/17만이 수감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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