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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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이라고 번역해놨지만..
다른말로 해보자. 늙은이들의 전쟁이다.
어라, 전쟁을 왜 늙은이들이 하지?
전쟁이란 무릇 사지육신 튼튼하고 생각이 적고 짧은 젊은이들을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의 궁금증을 자극한 존스칼지의 <노인의 전쟁>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책 뒤의 작가의 감사의 말에 이런 말이 써 있다.
마지막으로 로버트 A. 하인라인에게 감사드린다.
맞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책은 ‘하인라인’의 <스타쉽트루퍼스>였다.
군사주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어떻게 군인이 되는지
탁월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밀리터리 SF의 한 획을 그은 소설…


<폴베호벤이 감독하며.. 그나마 하인라인의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스타쉽트루퍼의 한장면. 그러나 밀리터리 SF의 진수를 알고 싶다면 책으로 읽기 바람>

그러나 그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이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의 책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스타쉽트루퍼스>와 대칭점에 있는 소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반전(反戰)을 위해서 전쟁이라는 소재를 잡은 <영원한 전쟁>과도 다르다. 

(영원한 전쟁은 반전소설 No.1이다.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 이 책보다 극명하고 강렬하게 제시한 책이 없다.  관심있다면 조금은 지루하고 서글픈 SF반전 소설 영원한 전쟁도 꼭 읽어보시길...) 


이 작가는, <노인의 전쟁>에서는 전쟁을 찬성한다.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평화보다는 전쟁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구상에서도 그런데 말이다. 양보를 바탕으로 한 협상보다는 모 아니면, 도!!! 라는 전쟁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걸,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은 전쟁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에.. 사망 진단서에 서명하고 난 75세의 노인네들만 골라서 입대 시키는, 어떤 SF작가도 상상하지 못한 우주 전쟁을 시작했는가 말이다.

그냥 이 책에 나온 대사들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어떤 것들을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p.206
궁극적으로 자네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자네들이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CDF가 노인들을 병사로 삼는 이유 중 하나다. –자네들 모두가 은퇴했으며 경제적인 방해물이라서 데려오는 게 아니다. 또한 자네들이 자기 목숨을 넘어서는 삼이 있다는 것을 알 만큼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자네들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과 손자들을 키워 보았을 것이고, 자신의 이기적인 목표를 넘어서는 일을 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 스스로 개척민이 되어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자네들은 개척행성이 인류에게 좋다는 사실과 개척민을 위한 싸움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개념을 열아홉 살 짜리의 뇌에 박아 넣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자네들은 경험으로 안다. 이 우주에서는 경험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아닌, 우리가 아닌 그네들을 만나면 총부터 쏴대는 전쟁이 어떤 인류보다 뛰어난 새로운 몸을 지녔다 해도.. 열 아홉살 청년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p. 269
난 이제 인간이었던 과거와의 연결점도 느껴지질 않아.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만나서 가능한 한 빨리 그 놈들을 죽여버리는 것이지. 우린 이 사람들에 대해서 싸울 때 필요한 것들만 알아. 우리가 아는 한 그들은 적으로밖에 존재하지 않아. 그들이 반격할 만큼 똑똑하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동물과 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날 괴롭히는 게 그건지 몰라. 결과에 대한 감각이 없어. 난 방금 살아 있는, 생각하는 존재를 집어서 건물에 집어 던졌어. 그런데 전혀 괴롭지가 않아. 그게 괴롭지가 않다는 사실이 괴로운 거야, 앨런.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해. 최소한 우리가 얼마나 끔직한 짓을 하고 있는지, 훌륭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짓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 해. 난 내가 하는 짓이 전혀 끔찍하지가 않아. 그게 무서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서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인네들이, 아니 젊은이들이 하는 전쟁은 가치가 있는 행위다
물론 전쟁을 시작하는,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정치인들이나 군 장성들의 행위는 비열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p.376
그들이 인간이고 내가 그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했으니까, 최소한 시작은 그렇네. 지금은 개척민들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아니, 물론 그들을 위해서 싸우기는 하지만,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난 내 소대와 분대를 위해 싸우고 싸웠어. 나는 그들을 지키고 그들은 날 지켰지. 나는 그저 동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싸웠어.


자 이것이.. 일흔다섯 살의 노인이 올림픽 철인 3종 경기 우승자보다 훨씬 나은 신체를 갖게 되고… 발 다리가 잘려도 재생되는.. 어찌보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군인들을 누구보다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의 유전자를 지녔지만, 전쟁 기계로 태어난 ‘유령여단’들도 인간으로 만들며.. 인간을 군가를 죽이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책…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몰입할 수 있는 책…
그래서 SF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쉽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0-

근데 이 책은 영화화 안되남??
3D로 찍으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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