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웨스트 윙"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한'을 이렇게 정의했다.
절망적인 슬픔... 그러나 슬픔에서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희망.

그래 우리 조선인은 한의 민족이다.
끊임없는 외침과 내란으로 전쟁에는 이골이 난데다가,
6.25로 동족이 총부리도 겨눴고..
5.18로 군인이 국민에게 총을 쏴낸 나라가 아니던가.

그래서 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며
약산에서 진달래를 가득따가, 님 가시는 길에 뿌려 사뿐이 즈려 밟고 가라는 민족이 아니던가.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을 불러 세우지 못하면서
10리도 못가서 발병난다고 뒷통수에 악담을 하는 민족이다.
그래서 우리 문학은 왜 이리 처연한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현대사를 담아내느라 죽고 죽이는 전쟁 속에서 살아 남은 이야기를 써내느라...
함부로 가벼워질 수도, 쉽게 유쾌해질 수도 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18살 소년 스즈키를 보자.

스즈키 가족은 이른바 우리의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일제에 치이고, 강대국에 두동강이난 우리 현대의 모습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래.. 스즈키의 아부지는 재일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인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4개의 빠징코 가게에서 3개를 은퇴한 일본 경찰에서 빼앗기고
그래도 하나 남았다면... 자위해야 하는 재일 한국인이다.

그러나 재일 한국인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남한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그냥 받아드리는 우리와 달리
재일 한국인은 선택의 자유(?)가 있다.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빠칭코를 4개나 경영하던 스즈키의 아버지는 공산주의를 선택해 열심히 활동했으나..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지 않아.. 하와이를 가기 위해 국적을 다시 바꾼다.
대한민국으로.. -_-+
아버지의 선택덕분에 스즈키는 16살에 조총련계로 이뤄진 자신의 친구와 울타리를 잃고 외톨이가 된다.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동안...
평생을 일본인들의 차별을 이겨내며  자신을 찾기 위해 스스로 치고 박고 싸우는
재일 한국인이 있었다.

작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하철 플랫포옴에서 생명을 잃은 정일이가...
그리고 일본인 학교를 3년 다니며 28번의 도전을 받아 싸워야 했던 스즈키가..
스스로 재일 한국인으로 살아 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연하지 않다.
차라리 너무나 가볍게 마치 스즈키가 처한 현실을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18살 소년이라면 누구나  치뤄야하는 성장통처럼 담담하지만 유쾌하게 그려내 읽기 쉽고 공감하는데도 어렵지 않다. 정일이는 한국인으로 죽었고, 원수는 한국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남한으로 국적을 바꾼 스즈키는 아직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자신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길.. 안 구래도 골치아픈 18살인데... 국적과 정체성까지 혼란스럽고, 자신의 속내까지 나누던 친구마저 잃게 되니 세상 살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스스로 결정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세상이 '스즈키'를 결정지어버렸다.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스즈키는 주저 앉아 한탄만 하지 않는다.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몸으로 부딪치고 깨지고 다쳐가며 알아볼 생각인듯 하다.
 
재일 한국인의 짜증나고 안타까운 슬픔을 담아낸 책  'GO!'
가볍고 유쾌하게 '한'을 그려내도.. 그 한이 지닌 '희망의 힘'을 퇴색하지 않은 책 'GO'

한번쯤 처연함과 무거움을 빼고.. 우리의 8-90년대를 담아낸 책을 읽어 보고 싶은건
나만의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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