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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닐 게이먼.케이틀린 R. 키어넌 지음, 김양희 옮김 / 아고라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완전 소설이 아니라, 영화의 개봉과 동시에 나온
영화 편집본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지 않은 그렌델과 그의 어미 '물의 마녀'의 심리를 쫓아갈 수 있어 영화보다는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이 책은 북유럽의 대서사시를 근간으로 한 소설이란다.
책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더 명확하고 한 영웅의 모험적 일대기가 장대하게 펼쳐지는 듯하다.
(원작을 안봤으니.. 원... ㅠㅠ)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영웅의 대서사시가 아니라서 더 좋았던 듯하다.
호로드가르, 베오울프가 마녀의 호수에서 남겨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
물론 호로드가르의 사생아 그렌델, 베오울프의 사생아 드래곤이 상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용을 물리치고 바다괴수를 무찌르고 그렌델을 없앤, 어떤 두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들의 젊은 시절의 방종과 만용, 탐욕과 과오가 3-40년 후 그들을 다시 찾아온다.
바로 죽기전, 삶을 마감할 때 말이다.
영웅에게 남모를 과오는 그들에게 수치이자 저주다.
누구도 모르게, 은밀하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사생아(혹은 젊은 시절의 어떤 것)를 퇴치하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만화 하나가 들어왔다.
권교정의 '왕과 처녀'
모든 모험을 마치고 평화로운 세상의 왕의 된 데트의 독백이다.
지금와서.. 그런 것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무언가를 사랑하기엔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지쳤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고 소중한 것은...
노이긴의 죽음과 함께 급속도로 저물었다.
그렇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이 난세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혼돈을 정리하고 난 영웅의 삶이란..
어쩌면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보다 훨씬 재미없고 지루할 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남들은 모르는 과오를 저지르고
(보통사람보다 과오를 저지를 확률이 훨씬 높지 않니한가?)
그 죄책감을 꽁꽁 숨겨두었을 영웅의 노년은...
쓸쓸하고 외로울 수 밖에..
자신을 왕이자 영웅으로 기억하지 말고
과오를 저지른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는
베오울프의 마지막 말이.. 참 씁쓸해 지는 한편
왠지 모를 희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