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금까지 100여권의 책을 샀다. 아직 안 읽은 책 6권
(시간이 없어서는 거짓말이고.. -_-+ <처음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이 너무 결정타라.. 책 읽기 싫어지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해도 다 가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소중하듯,
책과 사람과의 만남도 소중하다.
읽어서 너무 즐거웠던 책,
읽어서 너무 벅찼던 책..
읽어서 너무 슬펐던 책...
을 모두모두 모아서 내 멋대로 뽑은 2006년 최고의 책을 뽑아보겠다.
우선 자서전 혹은 평전 (올해는 딱 두권 봤는데...)
스티븐 잡스의 평전 ICON을 강추한다.
근래들어 가장 많은 북 마킹을 해야 할 정도로 페이지페이지마다 심오했다.
심술궂고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들의 스티븐 잡스.
사람과의 관계를 극단으로 끌고 가 다른이의 최선을 끌어내는,
곁에 있어서는 안될 무시무시한 인간.
그러나 다행히도 누구나 실력을 인정할 정도로 천재이며
소비자와 애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시대와 기술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인물.
사적으로 얍삽하고 이기적이지만
사업의 스케일은 누구보다 원대했던 인물.
20세기 시장을 바꾼 천재.
(사업은 얍삽하고 이기적이지만
사적으로 스케일 크고 관대한 빌 게이츠와는 전혀 다른 인물인 것 같다)
500페이지 넘는 책이지만
스티븐 잡스가 워낙 특이한 캐릭터라
절대 지루하지 않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길..
(책값이 2만원이라..)
연애소설
올해 이른바 연애 소설을 꽤 읽었다. 그것도 11, 12월에만... ㅠㅠ
그 중에 최고의 로맨스 소설은 누가 뭐래도
<시간 여행자의 아내>다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꽤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봤으면 좋겠다.
비록 시간은 이탈해도 사랑과 신뢰만큼은 한번도 이탈하지 않은
클레어와 헨리의 사랑이야기를 말이다.
세월이라는 긴 터널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읽는 내내 먹먹하게 만들었던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다.
추리소설
본래 사는 책의 절반 정도가 추리소설인 관계로
올해도 많은 책들을 읽었고
가슴 아프고 벅찬 사건과 그걸 해결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탐정들에게 감정을 실었다.
늘 왠만한, 이른바 순수문학보다 추리소설의 상징성과 사회성이 더 짙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면 말고.
<가라 아이야 가라>나 <아임쏘리 마마>, <800만가지로 죽는 방법> 등등
꼽고 싶은 책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 책
<단 한번의 시선>을 꼽고 싶다.
물론 겉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속도나 다중 반전 같은 구성도 나무랄데 없지만
(이 작가는 추리소설 작가가 탈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탔다고 한다.
이런 재능있는 넘들이 싫어. ㅠㅠ)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다.
나는 '피해자 놀이'를 싫어한다.
난 잘못한 거 없는데 상대때문에 관계가 깨진다고 믿으며
동정을 구하는 인간들을 참지 못한다.
'내가 얼마나 착한데... 내가 얼마나 잘했는데.. '
젠장 KIN이다.
자신은 변할 생각도 이유도 손톱만큼도 없고
상대만 변하기를 강요하는 이기적인 처사다.
이런 인간들이 난 피곤한다.
이런 남탓하는 인간들에게 바친다.
당신의 단 한번의 시선이 얼마나 많은 이의 불행과 죽음을 초래했는지...
카리브해의 나비들아, 함부로 날개짓 하지 마라. 북아메리카에 태풍이 몰아친다.
최고의 sf소설.
내가 사는 책의 반은 추리소설.. 나머지 반은 sf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sf시장에서 일년에 30만원어치의 책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번역을 하란 말이다. ㅠ.ㅠ 맨날 나온다고 해 놓고 안나오고.. )
그래서 뽑을 책도 몇권 없지만..(올해는 예년보다 번역이 안됐다.
올해 완결하겠다던 황금가지의 '어스시의 마법사'도 4권 나오고 땡.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만나서 반가웠던 책
<두개골의 서>다
삶과 죽음. 인생의 댓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
내가 마흔이 되는 첫날.. 아마 이 책을 읽을 것 같다.
그 때 이 책은 내게 무슨 말을 해 줄까?
마지막으로 인문과학철학역사서 등등 중에서는
(편식하는 독서습관을 바꾸기 위해 이런 요상한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말야.ㅠㅠ)
<스키너의 심리상자>를 꼽고 싶다.
이 책을 구매한 이우는 지식 e채널의 광고 때문이었다.
20명의 지원자들이 갑자기 따로따로 정신병원에 걸어들어갔다.
그 때를 제외하곤 평소처럼 책을 보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글을 썼는데..
그들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모두 조울증.
한달 후 이들의 체험을 논문으로 실었고
정신병원들은 그 논문에 반발... 언제든지 가짜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도전한다.
그러자 100명의 사람이 병원을 찾아왔고
정신병원 측은 91명이 가짜 환자라고 진단했지만...
거기엔 가짜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오호라... 바로 구매했다.
나의 탐욕은 식욕, 그리고 그 두개를 넘어서는 지적 허영심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허영심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시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오직 심리학을 통해서만 조금씩 밝혀지는 인간의 실체. (물론 통계적이다)
작가의 심리학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이기적인 유전자>에 비해서 담백하고 깔끔한 서술도 마음에 들었다.
인간이 싫고 밉고 짜증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오리우탄과 98%의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이 얼마나 동물과 닮아있는지..
그리고 다른 2%의 유전자 때문에 얼마나 다른 선택을 하는지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게한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모두에게 강추다.
이 책을 보고 사람들이 눈물나게 좋아졌다.
위 5권의 책은 나를 조금 바꾸고 꾸짖고 성장시킨 책들이다.
이 글을 읽은 모두가 올해 조금 바뀌고 혼나고 성장한 한해였으면 좋겠다.
메리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