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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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저주 대상의 이름을 쓴 젓가락 한 쌍을 꽂아서 신냥탄에 두면 귀신 신부가 그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 자신의 결혼 축하주를 먹인다.

 

 

3국 5인 5색의 젓가락 행진곡.

다섯 작가가 젓가락을 소재로 릴레이 소설을 펼친다.

마쓰다 신조가 포문을 열고 마무리는 찬호께이가 했다.

같은 소재로 글을 쓰지만 먼저 쓴 사람의 글과 연계가 되어야 하는 릴레이 소설은 말은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니까.

그러나 독자들은 즐겁다.

다른 작가의 글들을 한곳에 모아서 읽을 수 있으니.

게다가 그 글들이 괴담이라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은 84일 동안 하루에 한 번 대나무 젓가락을 쌀밥 위에 꽂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네코의 비밀을 알게 된 나 역시 젓가락 신에게 소원을 빈다.

내 소원은 '오빠'와 관계되어 있다. 어떤 소원이 이루어졌을까?

 

쉐시쓰의 <산호 뼈>는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목에 걸고 다니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산호로 만든 젓가락엔 혼이 서려있다.

산호 뼈인 줄 알았던 젓가락의 정체를 알게 되면 밥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는 SNS 방송을 위해 저주를 꾸며내고 그 소문이 절정에 올랐을 때 저주가 가짜라는 걸 폭로한 방송 진행자가 생방송 도중에 죽음에 이른다.

그 뒤로 죽은 남자의 여친에게 귀신 신부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범인은 너희 중에 있어."

 

샤오샹선의 <악어 꿈>은 젓가락과 관련된 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소설을 쓰기로 한 작가가 출판사의 요청으로 강연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한 청자가 다가와 질문을 한다. 그 질문들은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분명 내가 아는 의식과 같았다.

 

찬호께이의 <해시노어>에서는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찬호께이의 역량이 돋보인다.

 

 

"여러분은 저주를 기획할 때 자신들이 인간의 '악의'라는 벌집을 쑤신다는 것을 알아야 했어요. 아무리 간접적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젓가락에 이런 의식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제사상에서 시접 올릴 때만 왠지 다르게 느꼈던 젓가락인데 이렇게 저주에 가담한 젓가락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보통 밥상에 올려놓는 젓가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쓰는 젓가락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점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마쓰다 신조와 찬호께이 외에는 처음 읽는 작가들인데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가 남다르다.

색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주와 괴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마음이 저주와 괴담과 연결되면 그건 결국 '욕망'과 다를 바가 없다.

가져서는 안되는 욕심과 욕망이 저주와 괴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다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소원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진짜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원망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스럽거나 엄청 무서운 이야기들은 아닌데 실생활에서 문득! 생각나서 늘상 하던 것을 못 하게 만드는 약간의 힘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이나 특별한 젓가락 같은 건 쓰지 못할 거 같다.

젓가락은 숟가락 옆에 나란히 놓여 있을 때가 가장 젓가락다운 거 같다.

이런 릴레이 소설들 가끔 나와주면 좋겠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나라에 젓가락 괴담이나 저주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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