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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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용했지만 부끄러워하는 타입의 조용함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보다는 강렬하게 조용했다. 폭풍이 몰래 다가와서 천둥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전의 그 조용함처럼.


교통사고를 낸 후 남친을 버려두고 혼자 도망쳐 그를 죽게 한 죄로 5년간 복역을 한 케나.


옥중에서 딸을 낳았지만 남자친구 스코티의 부모가 딸의 양육권을 가져가버렸다.

출소 후에 스코티의 고향으로 온 케나는 딸 디엠의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곳에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 인생이 엄청나게 복잡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바를 운영하고 있는 렛저는 5년 전 형제 같은 친구 스코티를 잃었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그는 스코티의 딸 디엠을 딸처럼 여기며 남겨진 스코티의 부모님과 디엠과 가족처럼 지낸다.

그로 인해 파혼까지 단행한 그 앞에 케나가 나타난다.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서로 호감을 가졌던 두 사람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 안 이후 그들은 거리를 둔다.

케나를 원망하는 사람들 틈에서 홀로 케나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는 렛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정확하게 맞는 말만 하는 로만~~~ 





원망과 증오, 분노와 애증의 관계들이 얽히고설키는 그런 드라마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해> 가득한 이야기였다.

제목처럼.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은 없다.


이 이야기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지저분(?) 하게 전개될 수 있었지만 역시 <베러티>의 작가답게 깔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읽는 내내 눈물을 쏟게 만든다.


콜린 후버 작가가 로맨스에 탁월하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다.

끈적이지 않게 눈물 쏙~ 빼는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거 같다.


나는 사랑에는 가장 필요한 게 '이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랑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사랑이 아니라 '이해'다.

이해를 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케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스코티를 만나기 전까지..

6개월의 그 짧은 시간을 끝으로 세상 모두는 케나를 살인자로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노를 참 경건하게 이야기한 소설이다.

참 성숙한 사람들만 모아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어떤 캐릭터도 미숙한 사람이 없다.

성숙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고통 앞에서도 선함을 잊지 않는 거 같다.


말이 통하고

진심이 통하고

상처를 끌어안을 줄 아는 마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리마인더스 오브 힘>인 거 같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케나의 이 외침이 가슴을 파고든다.

모두에게 있는 진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그걸 알려주는 거 같다.



케나의 플레이리스트에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담겨 있어 마치 케나가 어딘가에 살아있는 존재 같다.

이 모든 일은 스코티가 천국에서 꾸민 일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웬 비둘기?" 소리가 절로 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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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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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다 읽고 난 내 심정이 딱! 그렇다.

정말 시작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범인을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나고, 그가 범인이구나 안심하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난다.

도대체 누가? 왜? 어째서? 무슨 상황에 그런 일을 저지른 걸까??

연속적으로 터지는 진실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야기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진실'이라는 게 정말 있기는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을 빛낸 작가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던 예순일곱의 해리 쿼버트는 하루아침에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그와 친구였던 마커스 골드먼은 스승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놀라 켈러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작가로서 데뷔작이 초히트 치는 바람에 화려한 명성을 얻은 마커스 골드먼은 이후 차기작이 써지지 않는 백지 공포증을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와의 계약일은 점점 다가오고 급기야 출판사 대표는 그가 약속대로 차기작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 찰나에 해리의 집 마당에서 33년간 실종되었던 놀라 켈러건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게 된 해리 쿼버트는 위대한 작가에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마커스는 스승을 구하고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하고,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기고, 추리, 스릴러, 로맨스, 살인, 납치, 비밀, 사회문제, 차별, 편견 등등 오만가지 이야기가 다 담겼다.

마치 양파를 까듯이 까도 까도 새로운 진실들이 자꾸 드러나는 바람에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을 왜곡되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이 위대해 보이는 이야기다.



해리는 나를 위해 도처에 돌부리를 숨겨두었다. 그는 나를 진정한 나 자신과 처음으로 대면시켜준 스승이자 친구였다.

이 이야기는 매 장을 시작할 때마다 해리가 마커스에게 한 조언들로 시작한다.

그 조언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는 조언들이다.

그렇게 조언을 들려준 해리 쿼버트는 과연 그럴만한 사람이었을까?



놀라는 평소에는 환하게 빛나는 밝은 아이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매질을 당한 불쌍한 아이이기도 했다. 놀라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밝은 아이라고들 했지만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다.


열다섯 살의 금발 소녀 놀라 켈러건.

자기 나이의 두 배나 되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녀.

사랑하는 남자가 작가로 성공하길 바라며 그를 위해 무엇이든 했던 소녀.

놀라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놀라'게 된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해리 쿼버트 사건을 소설로 쓰는 대가로 출판사 사장은 백만 달러를 주고 마커스와 새로운 계약을 한다.

마커스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새록새록 드러나는 진실들을 캐며 범인을 찾는다.

마커스는 그의 두 번째 책을 완성하고 책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해리 쿼버트는 용의선상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그가 쓴 책에서 진실과 다른 허구가 드러나고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오는데...



마치 셔츠 갈아입듯 용의자가 바뀌면 어쩌자는 건가?


마지막까지 예상을 뒤엎는 범인의 실체에 경악을 금할 수 없고

오로라라는 작은 마을의 평화로움이 어떻게 이어진 건지 생각하게 만들고

사실을 보지 않고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어 버린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금지된 사랑에 눈물짓고

악인이라 믿었던 사람과 진실한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의 반전에 놀라게 되고

안타까운 사건들로 얼룩진 인물관계도에 소름 돋고

정의를 밥 말아 먹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구역질이 나고

그 와중에도 다양한 사랑법을 맛볼 수 있어서 달콤 쌉싸름하고

양심 있는 자의 고통이 안쓰러우면서도 분노하게 되고

출판계의 협잡꾼을 알게 되어 범인보다 더 증오스러워하게 된다.


<헤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놀라 켈러건을 죽인 범인 보다 더한 빌런은 바로 로이 바나스키!!

이 작자만 나오면 혈압이 상승한다. 사람이 '돈'에 초점을 맞추고 살면 어떤 인간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수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진 이야기는 처음이다.

캐릭터 모두가 살아 있고,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복잡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긴박하게 숨넘어가는 이야기를 오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가며 차분하게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조엘 디케르를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나오기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해야겠다.



정말 멋진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책 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첫 책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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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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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지, 아니면 나는 그냥 항상 나일 뿐인지가 궁금해진다.


<젖니를 뽑다>는 제목 때문에 읽어보고 싶었다.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인생에서 젖니를 뽑듯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많지 않으니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성공한 느낌이 들었다.

이십 대에 젖니를  뽑듯 과거의 기억들을 청산할 수 있었을까?

새롭게,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을까?

어떤 이유로? 어떤 상황 때문에? 무슨 사연으로?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이 처음 보는 작가는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사실 20대의 사랑 이야기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 감정까지 닿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알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책태기를 지나 더 이상 닿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해 감정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젖니를 뽑다>는 시작부터 뭔가 내가 과거에 버리고 온 감정들을 툭툭 건드린다.

나도 그랬었지... 의 그 한때를 소환해 내는 재주가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나 내가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 몸속에 저장해두고, 내 실패와 불안을 온 조직과 세포 속 깊숙이 넣어둔 채, 경련을 일으키며 불태우다가 마침내 툭툭 두드려서 다 털어내곤 했다.





불안했던 시절.

나 자신을 알지 못했던 시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나서기는 두려웠던 시절.

사랑에서도 나를 알아주길 바랐지만 또 그만큼 숨고 싶었던 시절.

내 욕망마저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던 시절.

그 시절로의 회기는 수치심과 잠잠해진 불안증을 다시금 불러냈지만 화자인 '나'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치유되지 못하고 숨어있었던 습한 감정들이 드러나 햇볕에 말려지는 기분이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이 감정적인지 육체적인지 알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영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장거리 연애가 계속 이어질지 불안해한다.

그러다 남자친구의 초대를 받고 스페인에 도착하지만 미세한 균열을 느낀다.


나는 좌절감에 흔들리고 있고, 당신이 내게 와서 머물라고 청한 후로 당신의 마음속에 가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는 데 화가 난다.



두 사람 모두 과거 부모가 남겨준 흔적으로 세상을 본다.

자신들의 미래조차 부모의 흔적으로 지워진다.

그게 무엇인지 알지만 들여다보기 두렵다.

그러나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미래가 과거의 고치 안에서 영글어 가고 있다.

그들이 화려한 나비의 날갯짓을 할 날이 곧 올 거라 믿고 싶게...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정말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그저 상황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걸까?" 우리가 일어나고 있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간절히 믿고 싶지만, 내 평생은 통제력과의 싸움이었고, 내가 주체성을 가지기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서 주체성을 확고히 주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서로의 사랑을 갈망하면서 서로가 떠날까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서로에게 자신 없어지는 사람들.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것이 깨어질까 두려운 사람들.

같이 있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불안한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꽃처럼 피워내는 필력을 가졌다.

20대에서 멀어진 나이에도 문장들 앞에서 살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글들이 마치 살아서 내 감정 속으로 직진하는 느낌이다.


잊었던 감정들을 들춰내는 <젖니를 뽑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는 단어, 내가 붙잡고 매달릴 수 있는 명칭이 필요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설명하는 단어와 매달릴 수 있는 명칭을 찾고 있다.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은 그대로라는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또 확인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기를..

사랑에 확신 같은 건 없다는 걸

사랑은 늘 확인하고, 확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 이름은 다 알지만 정작 주인공 이름은 모르겠는 <젖니를 뽑다>


그녀가

그가

다시 태어나는 선택을 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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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1~2 초판본 The World of Pooh 스페셜 박스 세트 - 전2권 classic edition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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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푸.

노래를 잘 부르는 푸.

친구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예쁜 푸.

가끔 엉뚱한 일들을 벌이지만 그게 푸라서 용서가 되는 푸.

그러나 머리는 안 좋은 푸.


어릴 때 디즈니 만화로만 봤던 곰돌이 푸의 이미지가 각인이 되었기에 원작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

세트미 뿜뿜 거리는 곰돌이 푸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동안 사악한 범죄들이 판을 치는 장르소설을 탐독했던 마음이 살포시 다독여지는 기분이다.


곰돌이 푸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거 같다.

아이(책에서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장난감 인형들을 총출동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솜씨 있는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서문부터 마음을 몽글몽글 거리게 한다.

아이가 졸라서 즉석에서 지어내는 이야기라는 느낌 가득한 곰돌이 푸.



"자, 그러니까 이제 나 어딜 가려던 참이었지?"

단지 안의 꿀을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고 난 푸는 혼자 중얼거리며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지. 방금 자기가 이요르의 생일 선물을 먹어치웠다는 사실을!



꿀을 보면 사족을 못써서 자기가 파 놓은 함정인 줄도 잊어버리고 꿀단지에 머리부터 박고 보는 푸.

친구 래빗을 찾아가 음식을 배불리 먹고 구멍에 끼어서 일주일을 굶어야 했던 푸.

당나귀 이요르의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주는 푸.

이요르의 생일선물로 준비한 꿀을 싹싹 핥아먹은 푸~


하지만 밉지 않아~

그저 안아주고 싶은 곰둘이 푸~



"피글렛, 너는 별로 용감하지 못하구나."

래빗은 연필을 꺼내 끝에 침을 묻히며 말했어.

"몸집이 아주 작은 동물들은 용감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피글렛이 살짝 코를 훌쩍이며 말했어.

갑자기 래빗이 바쁘게 뭔가를 적기 시작했어. 그러다 고개를 들더니 말했어.

"넌 몸집이 아주 작은 동물이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서 아주 쓸모가 있을 거야."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니 삭막하고 포악해진 어른의 마음이 부드러운 봄바람 마냥 살랑인다.

개성대로 서로를 대하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들 때문에 서로 다툴 일이 없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서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쉽고 순수한 문장들 사이로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숨어있다.

그게 <곰돌이 푸>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푸의 천재적인 지능 호'가 생각날 거 같다.








곰돌이 푸 2편은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인사도 있어서 조금 쓸쓸했어요.

제 기억 속에서 곰돌이 푸는 영원했는데 말이죠..



2편은 서문이 아닌 반문으로 시작합니다.

서문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푸에게 물어 봤지만 푸는 알지 못했죠. 잘난 척하는 아울이 대신 대답합니다. 서문의 반대말은 반문이라고~ 


2편에선 워라워라워라워라 라고 소리치는 새로운 친구 티거가 등장합니다.

티거가 젤 좋아하는 게 뭘까요?



누구나 사소하게나마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잖아.



곰돌이 푸, 이요르, 아울, 래빗, 캥거, 루, 피글렛, 티거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나의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비슷한 거 같은데 전혀 다른 친구들.

나에게 없는 것들을 지닌 친구들을 통해서 보고, 배우는 일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될 거 같네요.


크리스토퍼 로빈이 그들의 인형 친구들과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들은 모두 추억 속의 기억이 되어있겠죠..


그 어떤 책 보다

이 곰돌이 푸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조금 지쳐있는 마음에 온기를 준 거 같네요.

곰돌이 푸를 읽는 동안 내 마음이 절로 순수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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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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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출판사의 ABC 북클럽 두 번째 도서로 읽은 책.

2018년에 나온 책이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주의의 붕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읽으며 세계 최강국이었던 미국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5년간 그 위상이 현저하게 떨어진 걸 보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두 저자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였던 미국이 차별과 편견의 나라로 자신들의 위상을 망가뜨린 이유를 찾고자 이 책을 썼을 거 같다.



기존 엘리트 집단은 인기 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으며, 나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야심, 그리고 판단 착오라는 치명적 실수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들은 권력의 열쇠를 잠재적 독재자에게 기꺼이 넘겨주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공화당은 트럼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이 될 거란 생각을 못 했다. 잠깐의 인기몰이가 전부일 거라 안이하게 생각했고, 그 결과 선동꾼이었던 트럼프는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대통령이 되었다. 노련한 정치인들은 트럼프를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트럼프는 불통의 달인이었다.

선동자이자, 차별과 편견을 퍼뜨리는 자이자, 안하무인의 권력자.

이민자들의 나라에서 이민자들을 쫓아내려 한 정치가.


정당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판단 착오를 해 문지기로서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 생기는 일이 바로 민주주의의 붕괴다.

국민은 21세기를 사는데 정치는 50~60년대를 못 벗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와 같은 과인 불통의 대통을 가진 우리는 정당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국민들이 해내야 했던 매 순간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


위 4가지의 경고신호는 바로 독재자를 감별하는 법이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이런 인물들은 국가의 위기를 좋아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말발이 먹히니까.

참으로 데자뷔를 느끼게 하는 감별 법이다.



자제의 규범이 무너질 때 권력 균형도 무너진다. 정당 간 혐오가 헌법정신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의 의지를 압도할 때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두 가지 형태로 무너지게 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한 말 같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혐오가 촉수처럼 뻗쳐있는 작금의 상황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2018년에 미국의 민주주의 붕괴를 얘기하고 있는데 2024년 대한민국이 이 책의 우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이다.


"투표 잘 하자"


그러나.

국민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한다 해도 그것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해 버리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걸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독재국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나는 민주주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이 책에 실례로 나온 나라들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여당은 자신들이 충분히 요리할 수 있는 인물을 인기에 편승해서 대선후보로 내세웠다.

그리고 자신들이 실수했음을 아마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끔찍한 것은 지금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그들의 민주주의를 박살 낸 트럼프의 지지율이 또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언론을 잘 다룬다.

언론은 그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도구가 되었다.



트럼프가 또다시 당선된다면 미국은 어떤 모양새가 될까?

4월 총선에서 우리는 우려와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까?



무엇이 우리에게 자꾸 악수를 두게 하는 걸까?


정치에 관한 책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은 너무 흥미롭고 재밌었다.

아마도 내가 가려워하는 것들을 박박 긁어주었기 때문인 거 같다.


민주주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이 올바른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는 투표로 나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순수한 국민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더러운 정치의 뒷면들을 몰아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봄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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