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1~2 초판본 The World of Pooh 스페셜 박스 세트 - 전2권 classic edition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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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푸.

노래를 잘 부르는 푸.

친구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예쁜 푸.

가끔 엉뚱한 일들을 벌이지만 그게 푸라서 용서가 되는 푸.

그러나 머리는 안 좋은 푸.


어릴 때 디즈니 만화로만 봤던 곰돌이 푸의 이미지가 각인이 되었기에 원작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

세트미 뿜뿜 거리는 곰돌이 푸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동안 사악한 범죄들이 판을 치는 장르소설을 탐독했던 마음이 살포시 다독여지는 기분이다.


곰돌이 푸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거 같다.

아이(책에서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장난감 인형들을 총출동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솜씨 있는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서문부터 마음을 몽글몽글 거리게 한다.

아이가 졸라서 즉석에서 지어내는 이야기라는 느낌 가득한 곰돌이 푸.



"자, 그러니까 이제 나 어딜 가려던 참이었지?"

단지 안의 꿀을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고 난 푸는 혼자 중얼거리며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지. 방금 자기가 이요르의 생일 선물을 먹어치웠다는 사실을!



꿀을 보면 사족을 못써서 자기가 파 놓은 함정인 줄도 잊어버리고 꿀단지에 머리부터 박고 보는 푸.

친구 래빗을 찾아가 음식을 배불리 먹고 구멍에 끼어서 일주일을 굶어야 했던 푸.

당나귀 이요르의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주는 푸.

이요르의 생일선물로 준비한 꿀을 싹싹 핥아먹은 푸~


하지만 밉지 않아~

그저 안아주고 싶은 곰둘이 푸~



"피글렛, 너는 별로 용감하지 못하구나."

래빗은 연필을 꺼내 끝에 침을 묻히며 말했어.

"몸집이 아주 작은 동물들은 용감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피글렛이 살짝 코를 훌쩍이며 말했어.

갑자기 래빗이 바쁘게 뭔가를 적기 시작했어. 그러다 고개를 들더니 말했어.

"넌 몸집이 아주 작은 동물이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서 아주 쓸모가 있을 거야."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니 삭막하고 포악해진 어른의 마음이 부드러운 봄바람 마냥 살랑인다.

개성대로 서로를 대하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들 때문에 서로 다툴 일이 없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서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쉽고 순수한 문장들 사이로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숨어있다.

그게 <곰돌이 푸>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푸의 천재적인 지능 호'가 생각날 거 같다.








곰돌이 푸 2편은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인사도 있어서 조금 쓸쓸했어요.

제 기억 속에서 곰돌이 푸는 영원했는데 말이죠..



2편은 서문이 아닌 반문으로 시작합니다.

서문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푸에게 물어 봤지만 푸는 알지 못했죠. 잘난 척하는 아울이 대신 대답합니다. 서문의 반대말은 반문이라고~ 


2편에선 워라워라워라워라 라고 소리치는 새로운 친구 티거가 등장합니다.

티거가 젤 좋아하는 게 뭘까요?



누구나 사소하게나마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잖아.



곰돌이 푸, 이요르, 아울, 래빗, 캥거, 루, 피글렛, 티거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나의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비슷한 거 같은데 전혀 다른 친구들.

나에게 없는 것들을 지닌 친구들을 통해서 보고, 배우는 일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될 거 같네요.


크리스토퍼 로빈이 그들의 인형 친구들과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들은 모두 추억 속의 기억이 되어있겠죠..


그 어떤 책 보다

이 곰돌이 푸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조금 지쳐있는 마음에 온기를 준 거 같네요.

곰돌이 푸를 읽는 동안 내 마음이 절로 순수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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