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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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다 읽고 난 내 심정이 딱! 그렇다.

정말 시작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범인을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나고, 그가 범인이구나 안심하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난다.

도대체 누가? 왜? 어째서? 무슨 상황에 그런 일을 저지른 걸까??

연속적으로 터지는 진실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야기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진실'이라는 게 정말 있기는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을 빛낸 작가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던 예순일곱의 해리 쿼버트는 하루아침에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그와 친구였던 마커스 골드먼은 스승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놀라 켈러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작가로서 데뷔작이 초히트 치는 바람에 화려한 명성을 얻은 마커스 골드먼은 이후 차기작이 써지지 않는 백지 공포증을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와의 계약일은 점점 다가오고 급기야 출판사 대표는 그가 약속대로 차기작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 찰나에 해리의 집 마당에서 33년간 실종되었던 놀라 켈러건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게 된 해리 쿼버트는 위대한 작가에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마커스는 스승을 구하고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하고,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기고, 추리, 스릴러, 로맨스, 살인, 납치, 비밀, 사회문제, 차별, 편견 등등 오만가지 이야기가 다 담겼다.

마치 양파를 까듯이 까도 까도 새로운 진실들이 자꾸 드러나는 바람에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을 왜곡되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이 위대해 보이는 이야기다.



해리는 나를 위해 도처에 돌부리를 숨겨두었다. 그는 나를 진정한 나 자신과 처음으로 대면시켜준 스승이자 친구였다.

이 이야기는 매 장을 시작할 때마다 해리가 마커스에게 한 조언들로 시작한다.

그 조언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는 조언들이다.

그렇게 조언을 들려준 해리 쿼버트는 과연 그럴만한 사람이었을까?



놀라는 평소에는 환하게 빛나는 밝은 아이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매질을 당한 불쌍한 아이이기도 했다. 놀라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밝은 아이라고들 했지만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다.


열다섯 살의 금발 소녀 놀라 켈러건.

자기 나이의 두 배나 되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녀.

사랑하는 남자가 작가로 성공하길 바라며 그를 위해 무엇이든 했던 소녀.

놀라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놀라'게 된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해리 쿼버트 사건을 소설로 쓰는 대가로 출판사 사장은 백만 달러를 주고 마커스와 새로운 계약을 한다.

마커스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새록새록 드러나는 진실들을 캐며 범인을 찾는다.

마커스는 그의 두 번째 책을 완성하고 책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해리 쿼버트는 용의선상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그가 쓴 책에서 진실과 다른 허구가 드러나고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오는데...



마치 셔츠 갈아입듯 용의자가 바뀌면 어쩌자는 건가?


마지막까지 예상을 뒤엎는 범인의 실체에 경악을 금할 수 없고

오로라라는 작은 마을의 평화로움이 어떻게 이어진 건지 생각하게 만들고

사실을 보지 않고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어 버린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금지된 사랑에 눈물짓고

악인이라 믿었던 사람과 진실한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의 반전에 놀라게 되고

안타까운 사건들로 얼룩진 인물관계도에 소름 돋고

정의를 밥 말아 먹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구역질이 나고

그 와중에도 다양한 사랑법을 맛볼 수 있어서 달콤 쌉싸름하고

양심 있는 자의 고통이 안쓰러우면서도 분노하게 되고

출판계의 협잡꾼을 알게 되어 범인보다 더 증오스러워하게 된다.


<헤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놀라 켈러건을 죽인 범인 보다 더한 빌런은 바로 로이 바나스키!!

이 작자만 나오면 혈압이 상승한다. 사람이 '돈'에 초점을 맞추고 살면 어떤 인간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수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진 이야기는 처음이다.

캐릭터 모두가 살아 있고,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복잡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긴박하게 숨넘어가는 이야기를 오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가며 차분하게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조엘 디케르를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나오기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해야겠다.



정말 멋진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책 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첫 책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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