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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2disc)
곽재용 감독, 전지현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으로 먼저 '엽기적인 그녀'를 만났다. 책으로 봤을때, 어찌나 웃겼는지.. 그리고 몇 년뒤, 영화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과연 책을 읽고 상상했던 그대로의 '엽기적인 그녀'가 될까 하고 고민아닌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개봉한 후 보러 갔을때, 그다지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 정말 내가 생각했던 '엽기적인 그녀'의 모습을 전지현이 똑같이 하고 있던게 아닌가 ! 그리고 '견우'의 역할을 했던 차태현 또한 너무나도 기대이상의 연기를 해주었다. 너무나 사실적이여서 아마도 이 두 배우가 겪었던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
그녀와 같이 인천행 지하철을 타게 된 견우. 하지만 그녀는 술을 많이 마셨는지 제정신이 아니였다. 비틀비틀 거리지만 않는다면 견우의 꿈속의 이상형이였다.견우는 배를 기대고 서있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힐끔힐끔 보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앞에 계신 대머리 아저씨에게 우웩~ . 한마디로 사고를 쳤다. 지하철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녀는 쓰러지면서 견우를 보더니 자기야 .. 하면서 쓰러지던게 아닌가 ! 졸지에 자기 아닌 자기가 되어버린 견우는 대머리 아저씨께 사과를 하고 그녀를 들쳐업고 인근 여관방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
난 이 영화장면중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부분은 그녀가 견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네주면서 '소나기'에 대해 각색했던 부분이였다. 영화관에서 혼자서 크게 웃지도 못하고 정말 꺽~꺽~ 넘어가며 웃음을 참아야만했었다. 사실, 그부분을 보면 아직도 크게 웃는다. 정말, 다른건 몰라도 그 부분은 정말 걸작이였다. 내가 이부분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나도 그녀처럼 '소나기'의 이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싫어했던거 같았다. 사춘기 시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닿고 슬프기도 했지만 그 슬픔이 좀 맘에 안 들어 했을수도 있었다. 사실, 예전 신소설을 읽으면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의 공통점들이 있다. 죽거나 혹은 도망가거나 하는 .. 그런 우연찮은 공통점들. 어쨌든 곽재용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을 보낸다. 어쩌면 곽재용 감독또한 이 부분을 싫어했었던 걸까 ?
이 영화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는 거다. 거기에 김형석이 프로듀서 한 영화 사운드 트랙도 영화 인기에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국민가수 신승훈이 부른 "I believe"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에서도 히트를 치면서 이 영화는 잊혀질래야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퍽이나 슬펐다. 슬픔을 잊기 위해 밝게 살아야만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해준 견우 덕분에 그녀는 웃음을 되찾았다. 우연인지 정말 만나야할 인연이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둘은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고 어쩐지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우연이 어디있겠냐며 말하겠지만, 난 운명을 믿는다. 다시 만날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만날거라는 이런 가짢은 운명을 믿는다.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슬픔을 숨긴채 웃고 밝은척하려는 겉으론 강하게 보이지만 속으론 한없이 약한 모습,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