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 산주고 상은 '나오키상'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문학상입니다.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가 죽자 대중문학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려 기쿠치간의 발의로 1935년 분게이슌주에서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이 문학상은 상·하반기로 나누어 1월과 7월, 1년에 두 차례씩 시상되는데 대중문예의 신진작가 가운데서 우수한 소설·희곡 작품을 발표한 자를 가려서 수상하고 있습니다.


1945∼1948년에는 일시 중단되었다가 1949년부터 부활되었으며 전후에는 기성작가의 중간소설에도 시상된 바 있습니다. 또한 잡지 '올 요미모노'에 상반기 수상작은 9월호에 하반기 수상작은 다음 해 3월호에 게재됩니다. 수상 작가는 1명에서 2명이며 신인이 아닌 경우도 있고 수상작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작가의 소설이 동시에 둘 이상 오르기도 합니다. 하반기 수상작의 경우 시상이 다음 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상년도와 회차년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나오키상'은 원래는 신인상이었으나 지금은 신인상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중견 작가의 수상이 많습니다. 제6회부터는 재단법인 일본문학진흥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1945년 일시중단 후 1949년에 부활했습니다. 또한 분게이슌주가 출판한 소설이 많이 수상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추리 소설은 수상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131회 나오키상 수상 장편소설 '공중그네'는 엽기적인 행동과 유쾌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별난 인간들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한판 난리법석을 피우다 사라지는 단순한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을 찬찬히 읽다 보면 그 괴상망측한 인물들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그 얼토당토않은 해프닝들이 현대사회의 단편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를 통해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해냅니다. 그리고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유희적 인간 이라부의 기행을 통해 쳇바퀴 속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독자들에게 활짝 열어 보일 것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 이래 최초로 3개 부문 베스트 1위를 기록한 초유의 화제작 '용의자 X의 헌신'은  '이 미스터리가 최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부문에 각각 1위를 기록한 작품이며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이나 엽기 호러가 아닌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이며 낭만적인 테제를 따르고 있으며 미로처럼 섬세하게 얽혀 예측하기 힘든 사건 전개와 속도감을 더하는 구어체 진술로 주제를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여자는 이제 그 수학선생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안다. 여자는 그 남자의 헌신과 희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수한다. 아무리 사소한 몸짓이라도 그것이 이 세상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어떤 의미를 가진다. 의미는 욕망을 끌어안고 있다. 파탄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는 욕망, 그 선악의 피안과 윤리적 세계를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추리소설에는 늘 인간의 욕망이 있다. 글을 읽으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독자는 자신이 가진 욕망의 모습을 따라가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고, 아름답고, 또 추악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글을 읽는 사람은 손에 땀을 쥔다. 그 땀을 불러내기에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GO'는 프로복서 출신이자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전향으로 조총련계에서 민단계로 옮긴 재일동포 3세 고등학생이 일본인 소녀와의 연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일본사회에 내재한 민족차별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성장소설입니다. 재일한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자칫 무거운 주제들을 기발한 유머감각으로 경쾌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일본인 소녀와의 연애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여러 문제들이 표출됩니다.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전 학생운동의 투사였으며 일류 기업의 회사원으로서 재즈를 좋아하는 지식인인 여주인공의 아버지조차도 한국인의 피가 더럽다는 황국일본의 순혈주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렇게 전일본인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민족차별의 문제를 작가는 'GO'에서 '민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해결을 모색합니다.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은 '애도'라는 키워드로 선과 악, 생과 사가 교차하는 묵직한 삶의 드라마를 선보입니다. 독자와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140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21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로 주인공 시즈토는 생업을 차치하고 떠돌며 애도하는 대상은 친분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애도하는 사람'의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도대체 친분도 없는데 왜 애도를 표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합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애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와 관련이 있는 세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식으로 그려 나갑니다. 그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그를 위선자라고 치부하던 사람들이 나중에서 그를 찾고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애도하는 사람'은 죽음이 넘실대는 삶의 한복판에서 전하는 용서와 구원, 화해와 사랑의 뜨거운 메시지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요, 사랑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그리고 살아가는 것의 존엄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되새겨주며 책장을 덮었을 때는 길을 떠나는 시즈토의 뒷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 선명한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더불어 슬픔을 빨리 극복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사회에 상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를 진지한 목소리로 들려줄 것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일본 유력 문예지에서 실시한 독자 설문조사에서 '역대 나오키 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버블경제와 함께 착공되고 그 붕괴와 함께 입주가 시작된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에서 일어난 '4인 가족 살해사건'을 배경으로 일본 사회의 위태로운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몇 개의 착종된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이자 하나의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지를 풀어내 보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작가는 그들을 그저 많은 사람들이라는 집합명사에 묶어두지 않고 개개인의 윤곽을 그 깊이와 음영까지 지극히 꼼꼼하고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대의 뛰어난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왔고 범죄의 트릭이나 서스펜스보다는 사회악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 대모"로서의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방사형으로 뻗어나온 직선의 끝에 있는 여러 사람들과 그 가족을 그리기 위해서
르포르타주 형식, 즉 인터뷰에 의한 취재 형식을 채용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이 작품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보지 못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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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양지에서'는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작가 이명랑의 신작 소설집입니다.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악몽 같은 진실에 주목하고 끝없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문제적으로 그려내어 두 눈 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단면을 담은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일가족 모두를 생의 벼랑 끝으로 밀어낸 기이한 사연을 담은 '끝없는 이야기'와 자기도 모르는 새 병역 기피 혐의를 받고 압박과 초조함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어느 휴양지에서', 어리보기처럼 좌충우돌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황영웅의 고된 삶을 '황영웅 남근 사수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흔다섯 살의 이혼녀가 전 남편을 우연히 만나는 상황에서 분연히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가는 '2012년, 은하스위트', 열여섯 살에 가출한 정자와 미자의 웃지 못할 삶의 해프닝을 그린 '안녕, 내 친구를 위한 왈츠', 수금원에게 엽기적으로 신체를 위협당하는 사내와 어린시절로부터 기인한 괴이한 행동을 보이는 아내에 대한 묘사가 압권인 '묘지기',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여자의 방에서 들리는 의심쩍은 소리와 환영을 그린 '어느 신도시의 코르니게라', 배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을 답사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부디, 아프지 마' 등 유쾌하고 시원한 명랑과 속절없이 반복되는 희비극의 장을 웃음의 힘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입니다.


"내가 써낸 소설과 앞으로 쓸 소설...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늘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언제든 말해지는 것들, 몸짓으로든 표정으로든 전해질 수 있는 것들보다는 내쉬고 들이마실 때마다, 말해질 수 없고,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더 많이 담고 있는 우리들의 숨소리에 가만히, 오래도록, 귀 기울이겠습니다."


작가는 배운 사람들의 세상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기댈 것 없이 헐벗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인간의 초상을 작가 특유의 웃음의 힘으로 그려냅니다. '어느 휴양지에서'를 통해 개인의 힘과 의지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우연으로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따뜻하고 건강한 웃음을 자아내는 이명랑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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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은옥이다. 올해 쉰한 살 된 아줌마다. 과부다 실업자다. 그리고 엄마다. 가진 건 정육점 운영으로 다져진 칼 솜씨뿐, 그래서 나는 킬러가 되었다."


올해 쉰한 살 심은옥 여사는 과부에 실업자인 그가 가진 것은 정육점 운영으로 다져진 칼 솜씨뿐입니다. 정육점을 운영하던 어느 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나가 호프집을 들이받고 즉사했습니다. 자살로 판명이나 보험금도 받지 못할뿐더러 정육점을 정리하고 호프집 변상을 하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겨우 살아가던 그에게 눈에 들어온 문구는 '40세 이상 주부사원 모집, 월 300보장, 비밀유지상여금 500% 지급, 스마일'이었습니다. 정육점 운영으로 다져진 칼솜씨를 자랑하면서 그렇게 그는 킬러가 된것입니다.


"출근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칼은 심여사님 손에 익은 걸 그냥 쓰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복장은 지금보다 한층 더 촌스러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심여사님이 킬러라는 사실을 눈치채선 안 됩니다."


'심여사는 킬러'는 강지영의 웃기고 통쾌하고 애잔한 코믹잔혹 스릴러입니다. 과부가 된 심여사가 킬러가 되어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흥미진진하게 엮어냈습니다. 아들을 킬러로 만들어 어미에게 복수하려는 무시무시한 음모에 휘말린 심여사의 모자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작가는 킬러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가지고 우리 사회를 이리저리 절단해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온갖 욕망을 소리 없이 처리하고 있는 흥신소를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 주변에 모인 바닥의 삶을 사는 인간군상들과 윤리를 뛰어넘어 생존의 문제를 풍성한 어휘와 표현으로 풍자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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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콜롬비아 산간 마을 남자들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게릴라 전투에 끌려가는 바람에 외따로 고립된 마을에 여자들끼리만 남아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나간다는 대담하고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과부마을 이야기'는 콜롬비아 출신의 신예 미국 작가 제임스 캐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1990년대 콜롬비아의 외딴 산간 마을 마리키타의 어느 평범한 일요일, 모든 남자들이 사라졌습니다. 마르크스주의 반군들과 체 게바라가 되고 싶은 게릴라들이 또 한 번의 콜롬비아 혁명을 도모하고 남자라면 어느 계층이든 누구든지 강제로 혁명에 동참하게 하면서 모든 여자들의 남편과 식량과 마을의 유일하게 진짜 공산주의자를 끌고 간 것입니다. 반항하는 남자들은 총으로 쏴 죽이고 강제로 징발해 갔습니다. 그리하여 '과부마을 이야기' 속에는 남아 있는 여자들의 삶이 하나의 큰 줄기로 끌려간 남자들 혹은 끌고 간 남자들의 삶이 또 하나의 작은 줄기로 교차되어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범상치 않은 여자들에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희로애락의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마법의 홍등가 사건', '마을의 시계가 멈추고 수탉이 울지 않게 된 사연', '젖소가 마을을 구한 사연', '사랑에 빠진 과부들' 등 슬쩍 펼쳐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일들도 있고 마을의 유일한 남자인 산티아고가 '특별한 과부'가 된 사연, 네 명의 소년들의 어이없는 변성과 슬픈 죽음, 마을 사제의 위선 등 마음 아픈 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키타 여자들은 이들을 덮치는 세상의 가혹한 세계의 비극을 남미 특유의 건강한 웃음과 수다, 강렬한 생명력으로써 이겨나갑니다.


새로운 시간의 창조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로 이어집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과 기호에 맞는 일들을 찾게 되면서 자연과 밀착되어 있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갑니다. 이제 이들은 과거의 마리키타 여자들이 아닌 뉴마키리타 여자들로 변화합니다. 이 여자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사랑,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과부마을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여성들이 돌보는 손길에 맡겨진다면 훨씬 나아지리라는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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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몸으로 희망을 노래해야 했던 시대의 예술혼들
극한의 정점에서 엇갈린 운명이 빚어낸 사랑과 열정, 배신, 감동의 대서사시!


냉전시대 러시아 외교의 꽃으로 불리던 프리마 발레리나의 열정과 사랑, 배신, 애증
러시아 시인과의 엇갈린 운명이 빚어낸 비극적 삶과 사랑의 대 파노라마!


'러시안 윈터'는 2006년 데뷔 소설집 '비운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로 영어로 쓰인 전 세계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영국 문학상인 오렌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작가 대프니 캘로테이의 첫 장편 소설이며 현재의 보스턴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모스크바를 오가며 한 시대를 주름잡은 발레리나의 파란만장한 삶과 러시아 시인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질문) 퓰리처 상 수상작가 오스카 이후엘로스가 찬사를 던졌듯 한 편의 대작을 읽은 느낌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하셨다고요?
 

답변)  2000년 여름, 러시아어 교사, 뉴잉글랜드의 겨울, 미친 듯 사랑에 빠졌던 개인적 경험을 담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자꾸만 다른 이야기들을 끌어들이게 되더군요. 헝가리의 러시아 점령을 피해 캐나다로 망명하신 할머니를 떠올렸어요. 그분을 통해 그곳에 남아 있거나 다른 나라로 도피했던 사람들의 삶에 배어 있는 전체주의의 횡포를 들을 수 있었죠. 그 삶을 현대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정을 해보았어요. 그녀가 발레리나였고 진귀한 보석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보석들에는 깊은 사연이 얽혀 있어요.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자료조사와 여행 등을 거쳐 대작을 써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질문) 현재 보스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 자료조사와 여행이 쉽진 않았겠어요?
 

답변) 시대와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집필이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끊임없이 보스턴 도서관에 드나들며 회고록이나 역사 연구자료, 소비에트 여행담 등을 읽었어요.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쉽진 않더군요. 작가나 예술가가 자신의 생각을 감히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했던 시대였으니까요.

 

 

 


질문) 사회적 체제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 받았던 개인적 삶을 현시대와 연결시킬 수 있었던 지점이 있다면요?
 

답변) 소비에트 정부가 예술의 위력을 분명하게 인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시대에는 차마 말할 수 없던 것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사실적이고 치밀한 연대기 구성이 필요했어요.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 한 사회를 이룬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완전히 압도당하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해야 호소력 있고 오랜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질문) 보석과 그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이를 경매에 붙이는 과정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 같아요.
 

답변) 소설의 배경은 현대의 보스턴과 스탈린 시대의 러시아예요. 볼쇼이 극단의 발레리나가 끔찍한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안은 채 서방세계로 탈출하죠.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에 되살리기 위해 뭔가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경매 진행인인 드류와 번역문학가 그리고리를 등장시켜 보다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문학적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도록 했죠. 그 미스터리 속에는 억압의 시대에 예술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 그들이 사랑하고 살아남기 위해 치러야 했던 고통과 대가를 숨겨놓고요.

 
질문) 그 작업도 쉽진 않았겠군요?
 

답변) 무대 뒤 발레리나의 삶, 경매회사의 내부 작업, 보석에 대한 조사를 추가로 했어요. 그 과정에서 불확실했던 부분이 드러났고 소설의 결말도 좀 더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죠.

 
질문) 이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답변) 삶이 불확실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죠. 그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해요. 불확실하다 해도 우리 삶에 존재하는 진리죠. 모든 이야기 속에는 그런 누군가의 삶이 녹아들어 있어요. 이 시대에 엄연히 존재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삶이죠. 이 소설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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