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콜롬비아 산간 마을 남자들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게릴라 전투에 끌려가는 바람에 외따로 고립된 마을에 여자들끼리만 남아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나간다는 대담하고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과부마을 이야기'는 콜롬비아 출신의 신예 미국 작가 제임스 캐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1990년대 콜롬비아의 외딴 산간 마을 마리키타의 어느 평범한 일요일, 모든 남자들이 사라졌습니다. 마르크스주의 반군들과 체 게바라가 되고 싶은 게릴라들이 또 한 번의 콜롬비아 혁명을 도모하고 남자라면 어느 계층이든 누구든지 강제로 혁명에 동참하게 하면서 모든 여자들의 남편과 식량과 마을의 유일하게 진짜 공산주의자를 끌고 간 것입니다. 반항하는 남자들은 총으로 쏴 죽이고 강제로 징발해 갔습니다. 그리하여 '과부마을 이야기' 속에는 남아 있는 여자들의 삶이 하나의 큰 줄기로 끌려간 남자들 혹은 끌고 간 남자들의 삶이 또 하나의 작은 줄기로 교차되어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범상치 않은 여자들에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희로애락의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마법의 홍등가 사건', '마을의 시계가 멈추고 수탉이 울지 않게 된 사연', '젖소가 마을을 구한 사연', '사랑에 빠진 과부들' 등 슬쩍 펼쳐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일들도 있고 마을의 유일한 남자인 산티아고가 '특별한 과부'가 된 사연, 네 명의 소년들의 어이없는 변성과 슬픈 죽음, 마을 사제의 위선 등 마음 아픈 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키타 여자들은 이들을 덮치는 세상의 가혹한 세계의 비극을 남미 특유의 건강한 웃음과 수다, 강렬한 생명력으로써 이겨나갑니다.


새로운 시간의 창조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로 이어집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과 기호에 맞는 일들을 찾게 되면서 자연과 밀착되어 있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갑니다. 이제 이들은 과거의 마리키타 여자들이 아닌 뉴마키리타 여자들로 변화합니다. 이 여자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사랑,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과부마을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여성들이 돌보는 손길에 맡겨진다면 훨씬 나아지리라는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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