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양지에서'는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작가 이명랑의 신작 소설집입니다.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악몽 같은 진실에 주목하고 끝없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문제적으로 그려내어 두 눈 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단면을 담은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일가족 모두를 생의 벼랑 끝으로 밀어낸 기이한 사연을 담은 '끝없는 이야기'와 자기도 모르는 새 병역 기피 혐의를 받고 압박과 초조함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어느 휴양지에서', 어리보기처럼 좌충우돌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황영웅의 고된 삶을 '황영웅 남근 사수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흔다섯 살의 이혼녀가 전 남편을 우연히 만나는 상황에서 분연히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가는 '2012년, 은하스위트', 열여섯 살에 가출한 정자와 미자의 웃지 못할 삶의 해프닝을 그린 '안녕, 내 친구를 위한 왈츠', 수금원에게 엽기적으로 신체를 위협당하는 사내와 어린시절로부터 기인한 괴이한 행동을 보이는 아내에 대한 묘사가 압권인 '묘지기',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여자의 방에서 들리는 의심쩍은 소리와 환영을 그린 '어느 신도시의 코르니게라', 배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을 답사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부디, 아프지 마' 등 유쾌하고 시원한 명랑과 속절없이 반복되는 희비극의 장을 웃음의 힘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입니다.


"내가 써낸 소설과 앞으로 쓸 소설...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늘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언제든 말해지는 것들, 몸짓으로든 표정으로든 전해질 수 있는 것들보다는 내쉬고 들이마실 때마다, 말해질 수 없고,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더 많이 담고 있는 우리들의 숨소리에 가만히, 오래도록, 귀 기울이겠습니다."


작가는 배운 사람들의 세상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기댈 것 없이 헐벗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인간의 초상을 작가 특유의 웃음의 힘으로 그려냅니다. '어느 휴양지에서'를 통해 개인의 힘과 의지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우연으로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따뜻하고 건강한 웃음을 자아내는 이명랑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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