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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선생 최경숙의 기초한식 - 매일반찬
최경숙 지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실제 내가 처음본 책은 이 저자의 "일식"편이었다.
내가 베스트 셀러인 요리책을 따라하면 꼭 다른 이들과 평가가 갈린다. 다른 이들은 맛난 레시피라고 하는데 난 영 그 맛이 안난다.
그렇다.
일명 사람들 사이의 "손맛 없는 여인네", 혹은 "눈썰미 없거나 요리에 애정이 없는" 케이스?라고 불릴만한 마음가짐을 가졌냐면...절대 아니다. 이상하지 않은가? 왜 꼭 내가하면 "초보를 위한" 요리책들이 "어느정도 요리에 익숙한 이들"만을 위한 요리책들로 변신하는 걸까.
당연하다. 난 정말 "쌩초보"중에도 "왕 쌩초보"이기 때문이다.
요리에 대한 열정은 있다. 그러나 결혼 이전의 내 식욕은 짐승의 식욕과도 같아서 배고프면 먹고 아니면 마는- 하다못해 과자 한봉 사서 먹어본 적 없을 정도로 고지식한(맛을 절대 따지지 않는 편한(?)식성) 입맛을 칭찬받으며 살았다.
하지만 이것은 결혼 후 악재였다. 미식가인 내 남자는 그런 나의 입맛에 기절을 많이 했다.
그래서 노력했다. 일명 베스트셀러라는 요리책은 다 써 봤고 열심히 따라했다. 결과? 영.....형편없는...
그런 와중에 산 책이다. 아주 유명한 분이라고 대서특필되어 있어 의심 반 해서 샀다. 언제나 "이번만은!"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책 받은 날- 난 하루종일 책을 뚫어져라 보고 또 보고 화장실도 가지고 들어가고, 자기 전에도 무슨 문학책 읽듯 읽고 잤다. 그도 그럴게 책 내용이 신기했다.
애매한 "손맛"과 "맛있는 음식을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같은 말은 아예 거리가 멀다. 솔직히 음식맛에 그런거 거의 영향 없다. "정성들여"하는 음식? 정성을 들어가도 사람에 따라 소금은 제대로 안들어간다...
책이...과정 과정 간결하고 깨끗한 설명과 함께 단계별로 과학적인 원인과 결과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메밀국수도 건면과 습면 두가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따로 설명되어 있고, 하다못해 감자 전분과 옥수수전분은 무엇 때문에 용도를 달리하면 좋은지도 토시가 다 달려있다.
아...그렇지..삼치 데리야끼 이야기...
책을 받고 다음날, 할 수 있을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삼치 사가지고 와서 삼치 데리야끼를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할때마다 정말 그 느낌이 온다...."어! 잘 되고 있어!!! 조리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어!!!"라는 그 느낌. 거의 황홀한 느낌어었다고나 할까. 눈도 코도 모두 집중이 되고 그럴 수록 손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더욱 기합넣어서! 그렇다. 이렇게 마음이 쏠리는 현상을 "정성을 들인다"라고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하리. 정성도 요리가 되는 모습을 봐야 힘나서 생기는 거다...
요리가 다 됐을땐...완성의 기쁨을 느꼈다..그리고 너무 아까워서 시부모님께 냉큼 가져다 드렸다. 어머니께선 처음 해 온 며느리 음식이라고 간을 보시고는 맛있다 해 주셨으니...꼭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리 좋을수가.
다음날 아침 7시.
갑자기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내용인 즉슨..
"정말 맛있구나..지금 먹고 있다.."
음...음....그 뒤로 이 책을 졸졸졸 따라한 모든 음식은 하는 족족 맛있는 반찬으로 둔갑하고 있다.
그냥 따라만 해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요리책이라니...이런걸 "마법의 책"이라고 하는거다...!!!!!!!!!!그리고 그날로...이전에 샀던 20권의 모든 요리책들을 재활용창고에 갖다 버렸다. 정말 통쾌한 날이었다.
이 책은 더 좋다. "육수"라고 다른 책들에 등장하는 것들은 제각각이지만, 이 책에서는 하나로 통일했다. 그것도 조리법에 아예 3000cc만드는 조리법이 통째로 등장한다. 국수장국도 대략 2000cc정도 만드는 레시피로 나오고 맛간장도 1000cc로 만들게끔 나온다. 그렇게 기본이 되는 대략 5가지의 장국과 맛간장, 소스를 미리 만들게끔 주문하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면 게임 끝이다.
어허...가끔은 책이 "재능"을 살짝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내 요리 맛은 이 책으로 잡아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