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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 전, 책이 도착하기 하루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생각보다 사진들이 더 자극적인 듯 했으니까. 주문하고 나서 참을 수 없는 간절함에 인터넷에서 사전 조사를 한 게 화근이라면 .... 맞다.
이전에 품절이 되어 참다 이번에 다시 산 책이다. 오래 기다렸다. 아니지. 실은 중간에 잊고 있었다.
두려웠다. 고통으로 가득한 사진들과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두려움으로 손택의 글을 읽게 될지.
사람은 무서운 걸 볼때 꼭 손가락 쫙! 벌려서 시야 빼고 다 가린채 더 큰 눈으로 보지 않는가.
내가 그꼴 이었다, 책 받기 하루 전날.
고통에 관한 거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통은 개인마다, 그가 속한 세계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너무나 다른 색으로 치장 되어있고 찬미되지만 결국 "괴롭다"는 게 피해야만 하는 원인이니까...이 책도 괜히 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꽉꽉 밟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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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을 손에 땀 가득 담은 채 읽었다. 물을 따르면서도 한손으로 잡고 있었고, 밥 먹을 때도 한손에 들고 있었고....또렷하지만 혼미한 정신으로 식은 땀 내면서 읽었다.
사진 보면서 눈물 뚝뚝 흘리고...
그 사진 지나치면서 엎어져 통곡하고...
또 기억에 남아 다시 들춰보고 한참 바라보며 엉엉 울고....
아마 이 책 읽으면서 이정도의 유난을 떤 건 나 뿐이라 확신한다.
너무 오랫동안 이 책의 모든것을 연상하고 몸 곳곳을 책이 안겨주는 모든 구절을 받아 들이기위해 준비해 놨으니...손택이 한마디만 지르면 바로 온 몸의 피 퍼지듯 쫙 퍼지는 그 .........뭐라고 해야하지? 낯선 공감...?
하지만 읽고 나서는 멍 했다.
마치 아주 어두운 밤, 어두운 골목에서...생각지도 못한 그의 첫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지듯. 그래서 다음날 그 키스가 현실감을 안겨주지 못하듯...그렇게.........오금은 저리고..손은 축축하고...
내게 다시 한번 더...
다시 한번 더...그 느낌을...손택.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