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서 '문망'이라고도 부르는 커뮤니티에 내가 망명신청을 하고 두근거렸던게 언제더라. 작년에 문망에 담아두었던 타임캡슐을 열고 물음에 답해보라면 작년과는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다.
문망이 며칠전에 80만 힛트가 넘었다고 한다. 개인이 만든 커뮤니티, 친목도모나 정치적 사이트가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에 관한 커뮤니티로는 굉장히 큰 규모가 아닐까싶다. 축전이라도 만들어드려야지하고 포토샵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문망의 지나간 시간이라는게 어떤 모양새로 남아있는건지 알고싶어 archive를 뒤지기 시작했다.
http://archive.org 사이트들의 유적, 박물관
처음에 홈페이지를 만드셨던 주소( http://windshoes.hihome.com ) 로 archive에서 처음 남아있던 기록을 찾아본다.
2000. 12. 4 연방공화국으로 망명을 허한다는 글귀와 20세기 마지막 성탄인사, 그리고 since 1970.04.21 라는 날짜가 박혀있다.
2001.03.09 첫 화면에 3단구성으로 주요카테고리와 컨텐츠들이 모두 나와있다. 배경색이 검은색으로 되어있고 원래 배경이미지가 있었을건데 저장이 되지않아 결국 내용만 카피해서 살펴본다.
바람구두 이미지가 보이고 그 아래 텍스트로 각 카테고리와 컨텐츠들이 연결되어있다. 모두 노출되어있는 구조다.
2001.09.22 각 카테고리별로 썸네일이미지로 아이콘을 만들어서 연결해둔다. 클릭해보면 지금도 archive에 남아있는 것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바람구두님 사진이라던가, 자기소개, 라이코스와 인터뷰 등등.. 다 읽은 기억은 난다.
new21로 연결하는 대문 로베르 드와노의 <키스, 시청앞 광장>이란 사진이 첫 화면에 걸려있고 새로운 주소로 연결된다.
사이트가 문을 열고 다섯 해가 되어간다. 그 동안 문을 닫은 날도 있었고, 사이트의 컨텐츠를 모두 들고 자기것인양 행세한 사람도 있었으며, 하루 트래픽 1기가가 모자라서 다운되고 했었다. 오프라인 모임들도 있었고, 새로 들어온 사람도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알고있는 아주 소소한 사건들외에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겠지만 어쨋거나 지금 문망에는 문이 열려있고, 나는 입장료없이 들어가 바람구두님이 모아둔 글이나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다. 인터넷이 쓰레기같은 데이타가 많다고해도 내가 계속해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건 이런 사이트들도 어느 라인인가 연결되어있을거라는 생각때문이다.
나는 문망의 800만힛트, 8000만 힛트, 그리고 언젠가 바람구두의 문화망명지라는 이름의 책까지 보게될거라고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것이 초조하지는 않다. 문을 열어두는 것처럼, 숨을 쉬는 것처럼 살아있다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일이기땜에....
(거기 뭐 일조할게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뭐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여튼 바람구두님, 축하드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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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화망명지의 히트 수는 133만을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날 이렇게 기억해주고, 기념해주던 토토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문득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