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죽을동살동 열심히 페이퍼 올리고 리뷰를 써대던 시절이 있었다. 바쁘니 노니 해도 그 무렵은 지금보다 시간이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원고료라는 부수입이 없던 시절이었다(나는 서른 다섯 이전까지는 외부 원고를 전혀 쓰지 않았다). 사람이 간사하다는 것이 외부 청탁을 받아 200자 원고지 한 장에 단돈 몇 푼이라도 돈을 받게 되자 돈 받지 않고 쓰는 글조차 가끔씩 은연중에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 싶게 원고료를 계산해 보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영세자영업자라 할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 프리랜서, 자기경영의 마인드는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것들에서 사람을 감염시킨다.
출세든, 명예든 지금껏 내가 역사공부하고, 사람공부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사실 한 가지는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뛰어든 사람은 졸부(투기 같은 방식으로 적당한 부를 누리는 사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짜 부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뭐, 나도 안다. 대충 그 정도 누리고 살면 되지, 그 이상 바라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는 사실쯤은... (어쨌든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자기경영 마인드보다는 자기 즐거운 모드에 충실하는 것이 낫다는 훈계쯤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굳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바로 노파심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회의하고, 차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태우고 나면 자리에 앉아 컴퓨터 켜고, 이메일 확인하고, 의무적으로나마 내 홈페이지 들어가서 새로운 글 없나 살펴본 뒤에(사실 요즘은 들여다 볼 필요가 거의 없다. 댓글이나 새로운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으므로... 나는 힘들게는 살 수 있어도 심심하게는 절대 못 산다.) 알라딘 서재에 온다. 밤새 안녕한지 살펴보기 위함인데, 댓글이 올라와 있으면 흐뭇하고, 밤사이 추천 수가 더 올랐으면 더 흐뭇해진다. 그런 뒤에 찾아가는 곳은 알라딘 메인의 나의 계정에 있는 적립금이다. 알라딘에서 '땡스투'를 운영하고부터 심심찮게 나에게도 적립금이란 것이 쌓인다. 내가 알기로 알라딘에서 적립금 장사 제일 잘 하는 사람은 두 부류다.
하나는 예나지금이나 변함없는 참고서 장사고, 다른 하나는 로쟈님처럼 꾸준히 자신이 쓰거나 다른 곳에서 스크랩해온 페이퍼(나는 스크랩 역시 일종의 개인도서관 기능을 하는 블로그의 매우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라 생각하므로 이것을 폄훼할 마음은 전혀 없다)에 관련 서적들을 링크해서 올리는 경우다. 나는 전자나 후자나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런 점에선 애초에 이 시스템에 발을 들여놓은 나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땡스투'란 것이 일종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이고, 그것이 굳이 큰돈이 아닌 푼돈이란 점에서 약간의 성취동기는 될지 언정 서재를 운영하는 주된 목적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흠을 잡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예전엔 '서재활동지수' 평가에서 매주 몇 등 안에 들면 얼마간의 적립금이 계정에 축적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기가 겹치기도 한다. 사실 그와 같은 방식이나 "이주의 리뷰" 같이 다소간의 정치적 선택(마케팅)으로 선정되는 적립금 축적에 비해 '땡스투'는 비록 금액의 규모면에선 매우 적은 액수이지만 이전의 '서재활동지수'나 '이주의 마이리뷰' 같은 몇몇 열심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되거나 가물에 콩나듯 한 번씩 간택되는 적립금에 비하면 '땡스투'는 상대적으로 기회 균등이란 점에서 평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매일 아침마다 '땡스투' 적립금을 확인하고, 홀로 흐뭇해 하고, 책을 구입하려는 데 '땡스투'할 만한 페이퍼나 리뷰가 없을 때 서운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참, 알량한 자존심이지만 그렇게 몇 푼의 '땡스투 적립금'에 나는 이렇게 아둥바둥하고 있는 걸까. 감히, 김수영이 고깃국에 고기 몇 점 덜 들어갔다고 투덜대는 것에 비유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난 왜 이렇게 작은 일에 분개하고 흐뭇해 하고 있는 것인지 ... 아마도 펀드에 주식에 몇 푼의 종잣돈을 투자해놓고 경영자보다 더 경영자 편에 아둥바둥 서게 되는 사람들, 아파트 한 채 간신히 갖고 있고, 그거 팔아서 시세차익은 커녕 어디 다른 아파트로 이사할 엄두도 못 내는 처지에 부동산 대책이니 안정이니 하는 말에 가슴부터 먼저 철렁 내려앉는 사람들의 마음을 내 마음에 얹어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들보다 적당히 많이, 그리고 모자라게 가진 사람들이 가장 피곤하게 사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나는 200원을 주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좀더 많이 줍는 요행을 바란다. 이런 나를 스스로 비웃으면서도 말이다. 흐흐, 이건 또 무슨 자기합리화란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