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초회 한정판 - 극장판 + 확장판 + OST + 소책자
이준익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이전에도 이런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첫째,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영화가 관객 1,230만명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의 어떤 면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순수하게 영화의 힘만으로 이슈를 만들어내었고 관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소문을 냈다. 정말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그렇다면 이 영화에 뭘 믿고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제작했으며 투자자들은 뭘 믿고 이 영화에 투자했을까? 제목부터 왕의남자.. 뭔가 꺼림직했을텐데... 42억이라는 돈이 한국영화평균제작비에는 못미친다할 지 몰라도 그래도 투자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단돈 1원이라도 그냥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준비단계의 이 영화에서 뭘 봤을까? 정말 궁금하다. 시작부터 독특하다.

셋째, 캐스팅부터 힘들었다지? 주연배우로 낙점됐던 배우는 군대를 가버렸고, 한 배우는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과 약속만으로 다른 영화를 포기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했다. 현재 영화속에서 장생, 공길, 연산, 녹수가 된 이들은 정말이지 놀라운 연기로, 연기가 아니라 정말 그들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의 캐스팅.. 최고다! 주연배우만 말하는 게 아니다.   

넷째, 캐릭터는 또 어떠한가? 연산과 녹수는 이미 우리에게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인물들이 이 영화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진부한 이름들이 절대로 진부하지 않은 인물이 되어 살아나버렸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공길이라는 인물은 자칫 잘못하면 흔히 말하는 비호감이 될 수도 있었다. 사내 아닌 사내, 계집 아닌 계집.. 그런데 공길은 이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인물이다. 거부감은 커녕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장생은 또 어떻고... 그리고 육칠팔을 비롯한 조연배우들까지... 이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캐릭터들...  이런 캐릭터를 가능하게 한 제작자들과 배우들..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분명히.. 흉내가 아닌 완벽하게 그들이 되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다섯째.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를 본 이후 다른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이다. 정말 놀랍게도 저 뒤에 그냥 보따리 짊어지고 지나가는 행인까지도 연기를 정말 잘 한다. 정말 정말 그렇다.  특히 배우들의 눈빛 연기는 최고다. 숨소리마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다... 그랬다가는 큰일난다.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니까...

여섯째,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극장에서만 29번 봤다. 평소 일년에 영화를 보는 횟수는 정말 손가락안에 꼽는다. 특히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그냥 옆에서 가자 그러면 따라갈 뿐 내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 정해서 가는 경우 거의 없다. 그런데 정확히 2006년 1월 22일. 이 영화를 봐야겠다 마음 먹고 벼르고 벼르다 이 날 드디어 봤다. 벼르고 벼르다 봤다는 것 자체가 벌써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의 하루 일과는 컴퓨터 커면 극장 상영표 찾아보고 언제 몇시프로를 어느 극장에서 볼까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미친거지. 1,200만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또 보고 또 봤다. 정말 특이한 영화다. 그리고 볼 때마다 다른 게 보이고 관람횟수가 증가할 수록 더욱 더 힘들어진다. 왜 볼수록 극장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지는가... 정말 정말 특이한 영화다.

이 영화는 분명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독특하다. 모든 면에서.. 여타 다른 영화들과 분명 다르다. 아직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가까운 비디오 가게로 가실 것을 권한다. 비디오, 디브이디 모두 다 나와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 디브이디 정말 꼭 소장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는 있으나 디자인, 구성, 내용물 모두 마음에 든다.

한가지 말하자면 확장판은 좋기는 하지만 약 10분정도 추가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걸 말함으로써 왕의남자의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인 여백의 미가 반감되어 버리기도하다. 하지만 장면장면은 너무 좋다. 볼수록 좋다..... 어차피 극장 판이 함께 들어있으니 비교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확장판에서도 잘린 삭제장면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화면.. 그리고 배우, 스텝들의 코멘터리를 비롯한 부가영상들까지 정말 놓치기 아까운 것들 투성이다.

그리고 앞으로 왕의남자를 보실 때 제 개인적인 당부사항..

1. 처선에 주목해주세요.. 처선을 놓치면 영화를 반정도만 보신 겁니다.

2. 대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에 주목해주세요. 1초 2초 사이로 순간순간 변화하는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 절대로 놓쳐서는 안됩니다. 

3. 한두번만 봐서는 잘 모르십니다. 영화가 마음에 드신다면 5번 이상 보셔야 할 겁니다. 한두번 보고 느낀 것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

4. 한번쯤은 한 인물에 완전 몰입해서 보시면 또 색다르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시기보다는 한번쯤은 완전히 장생 혹은 연산 혹은 공길이 되어서 영화를 봐보세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결론..

프롤로그 음악인 '먼길'만 들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공길이라는 이름.. 장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연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 속 한구석이 시리고 아파옵니다. 분명 한번쯤 볼 만한 영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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