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나보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죽어있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는 시내 중심가에서 한참 떨어진 변두리동네로, 거의 시골이나 다름없어서 이런저런 곤충이나 뱀, 새 따위를 늘상 보고 살았다. 나는 그때 그 새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 새를 묻어줘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책가방을 내려놓고 새가 떨어져있던 곳 바로 옆을 열심히 팠다. 어느 정도 파내려간 후에 책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한 장 쭉 찢어서 새를 돌돌 말고는 구멍에 넣고 흙을 덮어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 혼자 흐뭇해했었다. 이렇게 하면 이 새가 좀 더 편안할테니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주인공 작은나무는 5살에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숲 속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체로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매일 아침이면 산이 깨어나는 광경을 보고, 대지의 여신 모노라의 숨결을 느낀다. 자연은 봄을 낳기 위해 산통을 겪고, 여름이면 자연이 자라고, 가을은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정리할 기회를 주고, 겨울에는 잠을 잔다. 그리고 인간은 반드시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자연에게 결코 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절대 취미삼아 낚시를 하거나 짐승을 잡아서도 안되고 함부로 나무를 잘라서도 안된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인 짓인 것이다.

그리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널리 퍼지게 된다.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다.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여전히 가치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항상 사려깊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작은 나무는 그렇게 매일매일 훌륭한 인디언으로 성장한다.


[ 보라 굽이치면서 높이 솟아오른 저 산들을.

붉은 태양이 산등성이 위로 떠올라 아침을 탄생시키면,

하얀 안개 시트는 그녀의 무릎을 휘감고

그녀의 손가락인 나무들을 스쳐가는 바람은

하늘에다 대고 그녀의 등을 긁어주네. ]


난 이제 더 이상 죽은 새를 보고 가엾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날이면 이맛살을 찡그리며 오늘은 재수없는 날이라고 투덜거릴 것이다.

하지만 작은 나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법에 의해 고아원에 가서도 늑대별을 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떡갈나무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이 책을 남겼다. 이 책은 1976년 제1회 에비상을 받았다. 전미 서점 연합회가 설정한 에비상의 선정기준은 서점이 판매에 가장 보람을 느낀 책이라고 한다.

작은 나무가 고아원에서 다시 산으로 돌아오던 날 신발을 벗어던지고 다시 대지의 숨결을 느끼듯이, 이 책은 손길이 닿는 어느 누구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