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독살사건 -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왕의 평균수명이 40대 전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로는 영양과다,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독살’이다. 이 책은 사후 독살설이 제기된 소현세자와 인종, 선조 등 7명의 왕을 정사와 야사 그리고 여러 문집의 기록을 근거로 그들이 과연 독살되었는지의 여부와 독살설이 제기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들의 죽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선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30대전후의 젊은 나이였다는 것, 대부분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급서였다는 것, 그들의 죽음이 향후 정권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 독살설을 제기한 자들이 대부분 차기 정권에서 화를 당하거나 소외된 자들이라는 것 등이다. 결국 역대 조선 왕 27명 중 10명에 가까운 임금이 독살설에 휘말리게 되는 핵심은 바로 권력인 것이다.


독살의 주모자로 지목된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든 것은 권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한층 분명해진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또 신하가 왕을 죽이는 이 피비린내나는 암투에는 권력을 조금 더 강화시키거나 오래 유지하고자 했던 왕과 신하의 서로 다른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은 성리학을 목숨보다 중히 여겼던 유교의 나라였다. 또한 강력한 군주제의 나라였던 조선에서 어떻게 그토록 많은 왕이 독살설에 휘말릴 수 있는가?


가장 큰 이유로는 조선의 왕권이 생각보다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의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왕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론상의 절대권력이었을 뿐 실제 조선의 국왕은 신하들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다’고 한다. 왕권 강화는 곧 신권의 약화를 의미한다. 신하들은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왕을 제거했다.


또한 당시 사대부들은 임금의 신하이기보다는 당론을 쫓았던 소속 당의 당인이었다. 사대부들은 조선이 왕의 나라가 아니라 사대부들의 나라라고 여겼고 자신들과 당론이 다른 왕은 왕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임금은 이런 당파를 이용해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는데 이용하기도 했으나 임금이 한쪽 당을 등용하면 반대편 당은 곧 멸문으로 이어졌으므로 사대부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왕은 반정을 하여 쫓아내거나 독살을 해서 죽이는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왕을 선택한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한국사는 연구하면 할수록 ‘만약, 이랬다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분야가 너무도 많은데, 독살설 역시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안타까움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미 수백년 전의 일에 ‘만약..이랬다면..’ 하는 생각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일지 모르나 독살설이 제기된 군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안타까움이 더하게 됨은 어쩔 수가 없다.


만약...인종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우리는 세종대왕과 함께 또 한명의 성군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만약... 일찍 서양문물에 눈을 뜬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더라면 조선은 훨씬 강한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조가 개혁정치를 계속 폈더라면 우리는 조선 후기에 벌어졌던 온갖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왕들의 죽음 후의 역사는 퇴행과 반목의 연속이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하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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