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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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보씨는 최근에 잡동사니를 쌓아둔 지하실 창고는 청소하다 나무로 만든 보드 뒤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스티커를 발견한다. 스티커에는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평생 그런 스티커를 수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타이완, 타이완. 그것은 그저 스티커 위에 적힌 낱말 한 개가 아니다. 그것은 섬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이다.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며, 한국에서 남쪽으로 바다를 가로질러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구보씨는 주변에 있는, 지나치게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는 선반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선반 위에 있는 물건들은 지구상에 있는 온갖 국가들에서 실려왔으며, 구보 씨가 그것을 다 쓰고 나면 다른 어딘가로 실려갈 것이다. 그 모든 상품들은 원인과 결과의 발자취인 역사와 미래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품들은 나름의 일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구보 씨는 그의 삶과 함께 했던 많은 물건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커피 알갱이들, 신문지들, 음료수 캔들이 수없이 행로를 바꿔 구보 씨의 인생과 교차되는 지점으로 향했을 때 그것들은 과연 세상을 가로질러 잔물결 치는 어떤 흔적들을 뒤에 남겼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물건들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들이 어디서 생산되고 만들어져 우리의 손에 들어오게 되고 또 다 쓰게 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구보씨와 함께 그 비밀스러운 삶을 들여다본다.

일상용품의 삶이 왜 비밀스러운가? 왜냐하면 그것들은 어느 공장에서 몇몇의 노동자들에 의해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구보씨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한 잔의 커피를 뽑으려면, 그 해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 자란 원두의 60분의 1정도인 약 100개의 원두가 든다. 구보씨의 커피를 위해 자라난 커피나무가 있는 콜로비아의 안티오키아 지역에서는 울창한 원시림 대부분이 사라졌다. 농장 주인들이 수확량이 많은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키가 큰 과실수와 활엽수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 큰 나무에서 서식하던 새들은 멸종됐고 토양은 부식됐다.

구보씨의 커피를 운반한 화물선은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로 운행되었으며 한국산 강철을 사용했다. 한국의 제철소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부 헤머슬리 산맥의 원주민 구역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사용했다. 그리고 경기도 남부의 한 공장에 도착한 원두들은 노동자들이 거대한 통에 넣고 약 섭씨 200도의 온도에서 13분 동안 볶았다.

원두를 볶는 기계는 열을 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쿠웨이트의 한 유전에서 채굴된 원에서 뽑아낸 기름을 이용했다. 다 볶은 원두들은 폴리에틸렌, 나일론, 알루미늄박, 폴리에스테르를 성분으로 하는 네 겹의 용기에 포장되었다. 그리고 기름 1리터에 약 20킬로미터를 가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서울 근교의 한 창고로 운반되었다. 그 후 약간 작은 트럭이 포장된 커피 용기를 구보 씨 집 부근의 쇼핑 센터에 가져다 놓았다. 구보 씨는 그 커피 원두를 커다란 갈색 가방에 넣어 쇼핑 센터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그 가방은 표백하지 않은 종이를 이용해 중국의 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들은 매일 1인당 1킬로그램 정도의 쓰레기를 버린다. 그것은 그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재화 전체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매일 약 54킬로그램 정도의 자원을 소비한다. 이것은 그들의 평균 체중에 약간 못 미치는 무게이다.]


구보씨는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본 후 티셔츠를 입고 신발을 신고 평소에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먹었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커피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매우 많은 자원을 소비해 만들어지는 비밀스런 삶을 거친 것들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한 수학적, 과학적 계산이나 어려운 단어로 환경오염이나 무분멸한 소비가 가져다 주는 지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겁을 주는 대신, 이렇듯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일상용품들을 내세워 우리가 왜 자원을 절약해야 하고 소비를 하는데 있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을 골라 쓰라고 제시한다. 감자 튀김은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냉동시킨 제품을 골라먹고,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책을 읽고, 재활용이 쉬운 병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것 등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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