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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도전 1 -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 이야기
이병철 지음 / 명상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TV, 책을 말하다‘에서 이 책을 소개했을 때 기억해 두고 있다가 최근에 읽어본 책입니다
잭 런던의 소설 '길'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로 몇 십년전이나 늘 똑같이 위인전 한쪽 귀퉁이에 겨우 4...5명만이, 그것도 거의 변함없이 똑같은 인물로만 자리하고 있는 여자 위인들만으로는 현재 변화되고 있는 여성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기에 불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지하고 있는 분량만큼이나 여자는 훌륭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동기로 책을 쓴 저자가 남성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염려하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저자의 딸을 염려한 바 크겠지만 어쨌든 그 결과물로 탄생한 이 책은 두고두고 오래 간직하고픈 좋은 책입니다.
1972년 미국 연방 의회는 ‘법 아래서 평등한 권리는 성을 이유로 축소되거나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여성해방운동진영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 수정안은 그 뒤 10년 동안 35개 주에서만 비준되는데 그쳐 38개 주를 넘기지 못함으로써 1982년 끝내 실효되고 말았다. 미국 연방 헌법에는 그래서 남녀평등을 규정한 조문이 없다. 잭 런던은 옳았다.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 제목만큼 아름다운 도전으로 세상을 바꿔놓은 여성들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0명의 여성 모두에게 ‘참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제목이 어울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영상의 미술사 레니 리펜슈탈, 사진 기자 마거릿 버크화이트, 권력자의 천적이었던 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 마르크스 이후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는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여성 스스로 아이를 낳을 권리를 주장했던 마거릿 생어 등 그녀들이 평생을 통해 이룩한 것들은 분명 여느 남자들 못지않은, 아니 어느 경우에는 더 뛰어난 것들이었으며 분명 기억해야 할 이름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00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호주제가 존속한다.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여성이 남성과 법적, 경제적으로 평등해지기는 불가능하다. 당장, 이혼한 여성이 키우는 자녀 수만 명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법이 이러하니, 하물며 법보다 고치기가 훨씬 어렵다는 인습을 어느 세월에 바꿀 수 있으랴. 잭 런던은 옳았다.
책의 앞부분은 혁명가, 이론가, 페미니스트들을 위주로, 뒷부분은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에바 페론’과 ‘에스테 로더’를 소개한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녀들 역시 이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약 350페이지 분량에 20명을 적절하게 배치하였고, 글도 쉽게 써져있어 어렵지 않게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나처럼 되지 마라. 절대로 아내 따위가 되어 남편이나 아이의 노예가 돼선 안 된다. 난 네가 일을 갖고 홀로 서는 사람이 되어 온 세계를 휘젓고 다니길 바란다. 멀리 가거라. 훨훨 날거라. 혼자서 날아야 해!” - 오리아나 팔라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