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제임스 W. 로웬 지음, 이현주 옮김 / 평민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또한 진실은 누구의 판단에 의해 그 사실 여부가 가려지는 것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바로 이런 의문과 분노,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 책은 지금껏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진실이라고 배웠던 것들...그리고 상식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서 그것은 때로는 축소되고, 가려지고 어떤 경우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거짓은 국가에서, 정부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선생님에 의해서 지금껏 이어져왔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그리고 그 이면에는 인종차별주의, 유럽중심주의 혹은 서양우월주의, 민족주의, 영웅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은 미국 역사교과서의 거짓을 폭로한 책이다. 하지만 비단 그 거짓이 미국이라는 나라에만 국한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교과서 또한 그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던 헬렌켈러를 귀머거리에 맹인이었으며 매우 신경질적이었던 어린시절에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하버드에 입학했다는 인간승리의 전형으로만 다루고 있는 건 미국의 교과서만이 아니다.

3.1운동의 원동력이었다며 시험까지 봤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은 그러나 벨기에만을 위한 것이었을 뿐 우리 같은 동양의 작은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교과서는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나 마젤란, 바스코다가마 등의 이름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만 실제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 '발견'했던 아프리카계 페니키아인의 이야기는 없다.

또한 우리는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콜럼부스가 노예상인이었다거나 조지 워싱턴 같은 자들이 노예소유주였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위대한 프런티어 정신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것이었다는 걸 우리는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의 교과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인종차별주의, 서양우월주의, 민족주의,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건 비단 미국의 교과서만이 아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책 내용 모두를 사실로 여기는 걸 경계하고 있다. 저자가 진실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역사교과서의 변화이다. 단순한 내용의 변화가 아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그것을 암기하게 하는 역사교과서에서,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 주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게 함으로써 역사에 흥미를 갖게 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 조지오웰-

미국의 역사이기에 잘 모르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는 그간 교과서에서 미국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기에 크게 고개가 갸우뚱거리지는 않는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현재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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