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여기 모인 6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한비야, 이윤기, 홍세화, 박노자, 한홍구, 오귀환. 개인적으로 한홍구님과 오귀환님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했지만 그건 내 개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기쁘기도 하다. 모르던 것을 아는 것이 책을 읽는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각자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들인 만큼 21세기를 꿈꾸게 할 상상력을 주제로 펼친 강연은 한마디로 먹을 거 많은 풍성한 자리였다. 직접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나게 되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힘 많은 자들에게 보태면서 달콤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자에게 보태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살기를, 또 세계를 무대로 커다란 꿈을 꿀 것을 역설하는 ‘한비야’님의 고통을 나누는 상상력. 인간의 원형이 그려낸 언어이며, 인류의 상상력의 근원인 신화를 즐길 것을 제안하는 ‘이윤기’님의 신화의 상상력. 물신주의가 판을 치는 현 사회를 비판하고, 물신에 대한 저항과 끊임없는 공부, 자기성숙을 모색함으로서 과거 정권에서 억압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복종하는 인간이 아닌 스스로의 자아실현을 이룰 것을 이야기하는 ‘홍세화’님의 자아실현의 상상력.
지배집단에 의해 장악된 성장기의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분석하고 현 동아시아에 불고 있는 민족주의 열풍의 위험성을 진단한 ‘박노자’님은 민족주의라는 마약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드는 상상력) 역사학자로서 꿈을 빼앗아가는 시대. 간첩을 만들어내고, 군대와 학교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시대를 벗어나 금기를 깨고 꿈을 꾸자고 말하는 ‘이홍기’님의 강연 속에 등장한 “미국 간첩은 어디로 신고하죠?” 등의 대담한 비유는 듣는 이의 허를 찌른다. (과거를 푸는 상상력) 마지막으로 자신을 스스로 ‘콘텐츠 큐레이터’라고 소개한 ‘오귀한’님은 문명을 이야기한다. 지도 한 장으로 바뀐 세계의 역사, 언어와 종교로 세계를 지배하는 문명. 과거의 문명이 오늘날까지 미친 영향을 설파하고 새로운 세기에는 과거를 발판삼아 발상을 바꾸어야 살아남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문명에서 배우는 상상력)
1권의 책 속에 6명의 주장이 나누어져 있으니 깊이가 덜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접어도 좋다. 속된 말로 엑기스라 할 만한 좋은 강연이었음이 틀림없으니까. 물론 좀 더 파고들어갈 작정이라면 그분들의 저작을 직접 접하길.
한가지. 아무래도 <한겨레21>에서 마련한 자리인 만큼,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은 그 책이 담고 있는 만큼만 보여준다. 그걸 받아들이든, 반박을 하든 그건 독자 개인의 자유이며,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전쟁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20세기는 잔인했고 불행했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후졌습니다. 상상력이 기를 펴지 못하던 시대, 꿈꿀 권리조차 매와 고문으로 다스려지던 시대였습니다.]
이제는 꿈을 꾸어야 할 때. 상상력은 세상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