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두 권째 읽게 되었다. [적의 화장법]을 읽으면서는 그녀의 재기발랄함과 개성넘치는 필치에 반했고,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는 동안에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그녀만의 글쓰기 방식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기분이다. 또한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 이미 소설의 모든 걸 함축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에는 [적의 화장법]이 먼저 소개가 된 듯 하지만 [살인자의 건강법]은 그녀의 첫번째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단어와 글쓰기 자체에 주목하고 즐긴다. [적의 화장법]의 '텍스토르 텍셀', [살인자의 건강법]의 '프레텍스타'라는 이름 안에 모두 'text'라는 단어를 품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문장이 거의 없이 주고받는 대화로만 글의 90%이상이 채워지고 있고, 인정사정없이 쏟아 부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거침없는 논쟁 속에서 한 살인자의 위선을 벗겨내고(적의 화장법), 문학의 허위를 드러냄과 동시에 말년에 이른 대문호의 끔찍한 비밀까지도 만천하에 공개한다(살인자의 건강법). 그녀만의 반전도 빼놓을 수 없는 아멜리 노통브의 전매특허.

이제 살 날이 두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에게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그 중 엄선한 몇몇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지만, 4명의 기자들은 그의 폭언과 궤변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친다. 그러다 한 여기자가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되고, 처음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던 기자는 살인을 저질렀던 대문호의 과거를 폭로한다는 게 대강의 줄거리.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에게 이런 줄거리는 지극히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야기보다는 촌철살인의 어휘 구사력과 독특한 상상력, 단어와 문장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놀라운 능력과 대화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평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 물론 내가 읽은 건 번역서이니 한계가 있겠지만.)   

아마도 아멜리 노통브의 글을 읽고 난 후의 반응은 대략적으로 그녀의 개성에 반하거나 아니면 온갖 지식을 늘어놓으며 말장난을 하는 듯한 궤변에 눈살을 찌푸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그녀를 접해보기를 바란다. 정말 독특하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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