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적어도 이 책은 팩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역사 팩트 소설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인문학서나 미켈란젤로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대한 담론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니 여느 미술책과도 다른 선상에 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중심으로 비단 미켈란젤로 뿐만 아니라 당시 역사적 상황과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예술가들과 그 주변 인물들 등 소설이 아님에도 마치 소설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담겨있다.

미켈란젤로는 원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작업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이미 '다비드'와 같은 걸작을 남긴 조각가로서 교황의 영묘를 제작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대신 떠안게 된 천정화 작업을 오히려 음모로 여겼을 뿐이다.

이 책은 당시의 인물들을 남겨진 자료를 근거로 무척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 작업을 맡긴 교황 율리우스 2세와 그와 적대적 혹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추기경들과 각 나라의 군주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를 비롯한 위대한 예술가들이 당시에 얽히고설킨 관계는 무척 흥미있다.
그와 더불어 고된 천장화의 작업 과정, 천장화에 그려진 그림과 영향을 미친 다른 작품들, 미켈란젤로와 경쟁관계를 이루던 당시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까지 한장 한장 읽어나가는 동안 지금껏 그들의 예술이 얼마나 위대한가만을 봐왔던 닫혀진 예술이 아닌 붓터치 하나에 고심, 사랑, 시기, 출세욕까지 담아낸 생생한 재현은 그들을 살아있는 인간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그들을 만끽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되면 작품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여타 미술책보다 예술에의 커다란 감동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무덤에서 시체를 파내고, 밀린 돈을 받기 위해 작업을 중단하고 전쟁터까지 쫓아가는 와중에도 작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해내고 마는 예술가들. 아니, 인간들이기에 인류는 불후의 명작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가 결코 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바티칸의 회랑을 빠져나와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들어가 여러 줄의 긴 나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선지자 요나를 따라 부지불식간에 눈을 위로 치켜 뜬 수백만 명의 방문객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환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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