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
이명옥 지음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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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술책을 본다는 것은 비단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에 관한 것들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떤 책보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예술은 기본이요 인문학적 소양까지 덤으로 얹게 되는 것은 미술교양서를 보는 커다란 기쁨 중의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이명옥은 참 좋은 작가이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이 분의 예술적인 심미안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폭넓은 교양을 갖고 계신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로망스'는 말 그대로 사랑이야기이다. 첫번째 장을 펼치면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에 등장해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한 '파울로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로 '로망스'는 시작된다. 살아서는 형수와 시동생 간의 치명적인 사랑으로, 죽어서는 지옥의 극한 고통속에서조차 결코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사랑의 후회하지 않는 절대적인 사랑으로 기억되는 파울로와 프란체스카는 작가 스스로 '미친사랑'이라 정의내린 '로망스'에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불길, 어떤 석탄도 아무로 모르는 은밀한 사랑처럼 뜨겁게 타오를 수는 없다네. 사랑하는 감정만이 진실하며 오직 시적인 영혼을 지닌 사람만이 사랑의 불꽃에 생을 사를 수 있으리니.]

파울로와 프란체스카는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있던 중 렌슬롯과 귀네비에의 키스 장면이 묘사된 책을 읽다 자석처럼 이끌린 단 한번의 키스로 사랑이 불타올랐다. 두번째 장은 자연스럽게 렌슬롯과 귀네비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귀네비에는 전설적인 영웅 '아더왕'의 아내였으며, 렌슬롯은 아더 왕이 가장 아낀 원탁의 기사였다. 사랑을 감추고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슬픈사랑이야기는 비극적인 전설의 영웅이야기로 전환되고 이어진 세번째 장은 사랑의 영원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는 마법처럼 사랑에 취하고, 사랑의 묘약에 취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기까지 쭉 따라오다 보면 로망스는 관습이나 제도로도 막지 못하고 영웅조차도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위대하고 절실한 감정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네번째 장에 이르면 첫번째 장의 주인공이었던 프란체스카와 파울로를 '신곡'에서 절절하게 표현한 단테의 로망스가 펼쳐진다. 널리 알려진 대로 평생 베아트리체만을 사랑했던 단테를 통해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묘사한다.

[불행한 자여. 너는 정말 천치가 아닌가. 이렇게 미쳐 날뛰는 너의 끝없는 정열을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나는 이제 기도라고는 그녀에게 바치는 기도밖에 모른다. 나의 공상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뿐이다. 주위세계 모든 것이 오직 그녀와 관련되어서만 내 눈에 비치는 것이다.]

이명옥은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글은 친근하다. 
예술을 볼 줄 아는 눈과 동서양과 각종 분야를 넘나드는 넓은 식견 그리고 쉬운 글쓰기로 채워진 그녀의 책을 보는 건 매번 즐겁다. 다만 너무 가벼운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지만 한권의 책이 가진 무게야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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