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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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키친’은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그다지 선택할 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인데다... 일본문학이고.. 최근의 일류(日流)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가벼운 책일 것이라 것.. 등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어느 정도 맞은 듯 합니다.

한 가지 ‘키친’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와 소재는 온통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그녀의 책이라고는 이 단 한권만의 책을 읽었을 뿐이니, 이것이 ‘요시모토 바나나’만의 특색인지 아니면 ‘키친’만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키친’에서의 죽음은 뭔가.. 극복해 나가야 할 지독한 슬픔이자.. 허무.. 상실 같은 것이지만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같은 것이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가장 고통스러운 일상과도 같은 것입니다.

화자인 주인공을 제외하고 사고와 살인 등으로 죽어가는 주변 인물들과 그들의 부제를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 남은 자들... 그리고 그들이 서로 부대끼고 기대여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쓸쓸한 나날들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나머지 특별한 의미 없이 과잉되는 낱말과 표현들이 많고, 이렇다할 사건들 보다는 (심지어는 살인사건조차도 그다지 놀랍지 않게..) 한 개인의 그 날, 그 날의 감정과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방식은 역시나 이 책을 문학작품 이라기보다는 예쁜 팬시북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확실히 어느 정도 재미도 있습니다. 낄낄대면서 웃는 재미 혹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아닌,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 어떤 흐름을 쭉 따라가게 하는... 그런 잔잔한 재미. 그런 재미는 지독한 슬픔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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