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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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독살사건>의 전편 격.

<조선왕 독살사건>이 자신들의 기반과 권력을 위해 신하가 왕을 선택했던 조선 중,후반기 이야기라면, <조선선비 살해사건>은 조선이 건립된 후 새 왕조를 탄탄하게 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왕이 신하를 버렸던 조선 초,중반기 이야기이다. 

1권은 고려 말 부패했던 사회상과 조선의 건립, 새 왕조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세력 그리고 처음 왕조를 건립했던 이상과 점점 멀어진 채 점차 권력을 향해가는 피비린내 나는 궁중암투를, 2권은 새 왕조의 건립과 함께 등장한 훈구파와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의 다툼 속에서 왕들이 상황에 따라 신하를 취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4대 사화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조선왕 독살사건>과 <조선선비 살해사건>을 두고 보자면 저자는 조선 전기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 속에서 왕들이 왕권 강화를 꾀했던 시기로, 조선 후기는 사림파가 완벽하게 지배하였으나 그들 스스로 내부 분열을 일으켜 논쟁을 벌인 당쟁의 시기로 본 것이다. 


성리학적 세계관으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혀 새로운 세계가 집권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사림파의 집권은 그래서 당쟁으로 이어졌다. 신진 사림에 대한 훈구 공신들의 공격이 사화라면, 사림 내부의 분열이 당쟁이었다. 사화의 시기가 가고 당쟁의 시기가 온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한 시대는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시대는 어쩌면 사화의 시대보다 사림에게 더 엄중한 시기였다. 과거 그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대상이 훈구 공신이라면 이제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조선선비 살해사건’이고 4대 사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책은 사화에 관한 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전반적인 흐름과 몇 가지 사건 그리고 관련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해설서에 가깝다. 특히나 몇몇 인물에 대한 해석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비꼰다는 생각이 들만큼 비판적이어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또 어떤 인물에 대해서는 꽤나 관대하다.

어차피 책이라는 건 저자의 머릿속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니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것은 못 되지만, 야사마저도 마치 정사인 것처럼 해석한 부분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 한다 기 보다는 본인의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간 나머지 나름의 객관적인 평가가 되고 있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조선왕독살사건>에서 봤던 신선한 시각과 논리 그리고 사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 했었는데 말이다.


사화의 시대, 선비는 개인적으로는 금욕의 길을 걸어야 했고, 정치적으로는 형극의 길을 걸어야 했다. 선비들은 혼자 있을 때도 삼가는 신독의 길을 걸어야 했으며, 부패한 현실에는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구도자의 길을 걸어야 했다. 참 선비들에게는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길을 걷다가 죽어간 이 땅의 모든 참 선비들에게 던지는 작은 헌사이다.


조선이 사화와 당쟁 그리고 전쟁을 겪으면서도 50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분명 이러한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선비정신을 되살리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읽고난 후에 남는 건 선비정신에 대한 되새김보다는 왜 조선의 역사는 그토록 피로 얼룩졌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그 의문을 선비정신으로 가득 채워 줄 2%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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