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사랑을 한다
신해영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제까지 신해영님 소설은 왠만한 건 거의 읽었는데, 정말 다 재밌더라구요.
가장 재미없었던 것도 별 세개 반이라서 신해영님 소설은 제 취향에 딱이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솔직히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신해영님 소설이니까 하고 샀는데... 이럴수가.
신해영님 소설 중에서 제일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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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는 독일 유명한 정치가집안의 막내아들로, 엄청 말썽쟁이입니다. 흔히 있는 집안이라면 하나씩 있는 자식인데, 수영선수입니다. 그것도 천재에요. 별 생각 없이 그냥 수영하면 기록이 나오고 금메달은 옵션이고 그렇습니다. 기분 좋으면 세계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재능 하나는 끝내주는데, 문제는 스캔들메이커입니다. 남주의 부모는 그런 아들 때문에 자신들의 정치적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봐 조마조마하지만, 남주는 개의치 않죠. 물론 부모 생각해서 정확히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광고는 절대로 찍지 않지만 그 외에는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삽니다. 워낙 잘난 인간이라 1등해놓고 시상식에 참여 안하고, 경기 전 개막식에도 안 가고 이러기가 부지기수이고, 짜릿함을 탐구한다고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시도들을 많이 합니다. 여자관계 복잡한 건 물론이구요.
물론 그런 남주에게 아픈 과거 하나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여주는 한국인이고, 천재 탁구 선수입니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서 중압감을 가지고 탁구선수가 되서, 책임감과 뼈를 깍는 연습으로 노력하는 노력형 천재선수에요. 글 속의 남주와 앙숙인 기자가 말한 '사람들이 바라는 드라마틱한 천재선수'의 전형이라고 하죠.
 
이 소설은 남주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끌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 자유분방하다못해 아무 생각 없는, 아니 아무 생각이 없지 않은데 그저 본능대로 이끌리는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그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제대로 맛볼 수가 있어요. 굉장히 제멋대로인데 잘생기긴 엄청 잘생긴데다 목소리도 좋아 자기 매력을 알고 있죠. 심지어 같은 남자들조차 너무 섹시해서 같이 보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할 정도라는 걸로, 소설 속에서는 남주는 매력다이나마이트임을 웅변합니다.
 
이렇게 잘났지만, 정신세계가 참 샤랄라한 남주는 어느날 늦게 개막식에 도착한 입구에서 꼬맹이 하나를 보게 됩니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그의 입장에서는 키도 작은 그야말로 꼬맹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이 가는 겁니다. 그리고 신기하게 무척이나 섹시하게 보이는 거죠. 일명 꽂혔습니다. 그래서 남주는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대쉬를 합니다. 주변 시선 신경 하나도 안 쓰고, 정말 대놓고요.
 
 
진짜 굉장한 성격이에요 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이런 성격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말썽을 피우는데 그게 이상하게 밉지 않아요.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그 말썽 마저도 정겹달까요. 물론 그 주변 사람들은 죽어나고 머리털이 빠지고 위가 상하기는 하지만요 ㅋㅋㅋ
 
이렇게 솔직하고 저돌적이고, 심사숙고, 고려, 생각, 이런 걸 모르는 크라비우스는 그냥 여주한테 대쉬합니다. 대놓고 들이대요. 그런데 문제는 여주 신은 독일어를 못하고, 남주는 한국어를 못합니다. 하지만 크라비우스는 신경쓰지 않아요. 못알아듣거나 말거나,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여주도 주절주절 영어를 못한다 이런 저런 말을 한국어로 말합니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차근차근 실로 정석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두 사람의 언어적인 소통은, 마지막 즈음이 되서야 이뤄집니다. 물론 말은 통하는데, 크라비우스 억지는 여전해서 말이 통하나 안 통하나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요.
 
ㅋㅋㅋ 아 이 소설 정말 재밌었습니다. 진심 보면서 배 잡고 웃었고, 심지어는 웃다말고 인터넷서점에서 종이책 장바구니에 담아놓기까지 했어요. 사실 이보다 더 재밌는 소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소설은 남주 캐릭터가 정말 취향입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말 취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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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이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엄청나게 말썽쟁이인데 하는 행동도 이쁜 거 하나 없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제 취향입니다 ㅋㅋㅋㅋㅋ 이런 캐릭터 정말 쉽지 않거든요. 아마도 3인칭으로 쓰여졌다면 이렇게 톡톡 튀고 사랑스럽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1인칭은 잘못 쓰면 굉장히 지루하지만, 잘 쓰면 정말 재밌죠. 이 소설은 정말 잘 쓰여진 1인칭입니다. 남주가 이 정도로 마음에 들 수 있었던 것도, 그 머릿 속의 생각을 고스란히 다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보통 로설에서 남주들의 행동에 여주들이 상처받고, 그로인해 독자들도 감화되서 같이 욕하고 화내고 이러는 것도 그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잖아요? 그런데 1인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더욱이 그 문제의 남주 시점의 1인칭이라면요. 흔히 성인남자라면, 아니 남자라면 있을 가식이나 자기합리화가 없습니다. 뭐랄까 자기합리화가 필요 없죠. 원래 잘났거든요. 하고 싶은 대로 했어도 다 용서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남자는 여자관계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리 미워할 구석도 없습니다. 실컷 말썽을 부리고 제대로 성실하게 참여하지도 않는데, 시합만 하면 금메달에 신기록입니다. 거기에다 목소리도 죽여줘, 얼굴도 잘생겨. 머릿 속은 아주 퓨어해, 대체 무슨 수로 미워할 수가 있죠..?
 
거기에다 이 소설의 남주는 여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밀당이요? 그런 게 뭐죠? 갈등이요..?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의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여주는 나름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시무룩해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이렇게 다양한 반응을 보이지만, 남주의 사고는 단 몇가지로 귀결됩니다. 신하고 만나서 잘되면 세상에서 못할 게 없는 남자가 되고, 신과 뭔가 잘 안되거나 욕불이 되면 금새 시무룩해져서 기록도 떨어지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낑낑거리면서 신 보고 싶다하다가도, 여주 얼굴만 보면 무슨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헥헥 거리면서 금새 1등하고 세계신기록 갈아치우고 그렇습니다. 딱 개에요. 제멋대로 굴어서 처치곤란인 '개'에서부터 신을 만난이후로는 주인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하는 '개'요. 남주의 아픈 과거는 약 2g정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정도야 까이꺼 남주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냥 온리 여주에요. 여주로 시작해서 여주로 끝납니다.
 
재밌는 소설은 많지만, 이 정도로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의 크라비우스는 정말 간만에 만난 제 취향 직격 캐릭터였습니다.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든 분을 위한 간단정리>
 
남주가 여주한테 반해서, 여주 덕질하는 소설. 여주 덕질의 최고봉이 아닐까요.
달달달달코믹러브. 가끔씩 빵 터집니다. 일단 신해영님 개그코드하고 맞아야하지만요.
남주 캐릭터가 취향이시면 정말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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