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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랑 1
이지환 지음 / 푸른터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언해피이다. 뭐어 이 소설도 나름대로 해피라면 해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언해피 맞다.
난 이 글의 끝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세후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것이 참 이상했다. 그렇게 잘나고 똑똑하고 야심찬 놈이 고작 여자 하나에 그렇게 무너져 버릴 수 있을까? 그것도 그토록이나 청승맞은 모습으로? 그 집념의 사나이가,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쫓아가지 않고?
세후라는 인물이 나쁜 놈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 나쁜 놈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그렇게 끝냈을 수도 있겠지만,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차라리, 여주의 기억상실로 세후를 사랑했던 기억이 송두리째 없어지고 김한과 함께 해외로 뜨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뜬 여주를 세후가 쫓아가 또다시 그녀를 유혹하는 장면으로 끝냈으면 훨씬, 훠얼씬,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이건 내 취향이겠지만.
시작부터가 이 소설은 파경의 끝을 예고하고 있다. 세후도 멋지지만, 김한은 엄청나게 멋지다. 그것이 문제다. 이 소설의 남주는 둘이다. 세후, 김한. 세후는 카리스마 있는 남주의 전형이고, 김한은 여주를 위해서 모든 것을 양보하는 울트라매너의 남주이다.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나도 김한이 좋다. 세후라는 사람은 멋있긴 하나, 좀 위험스럽고 퇴폐적이라서 싫다. 비록 그 속에는 야수가 숨어 있을지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인내할 줄 아는 김한이 훨씬 더 멋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소설의 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여주는 김한을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대로 사랑은 한다. 오랫동안 들어왔던 정. 하지만 여주는 세후를 사랑한다. 격정과도 같은 감정으로, 그 소심한 여주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갈 정도로 강한 감정으로 말이다. 그러한 여주의 사랑을 무시하고 그런 식의 결말을 맺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한의 헌신적인 사랑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이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이미 끝이 나와버린 소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만은, 참으로 유감이다. 이런 식의 결말,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납득이 되질 않는 결말은. 뒷맛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