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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연대기
윤혜원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안내문구를 봤을때는, 흔히 아는 신분상의 차이로 인한 갈등, 이런 것이 주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처음부터 중반까지 여주와 남주의 사랑은 아무런 방해 없이, 바람에 돛 단듯, 아주 수월하고도 쉽게 이뤄져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흔히 부잣집 딸래미라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 사치의식이랄까,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검소한 여주인공도 그랬지만 처음에는 분명 뭔가 있을 듯 보이고, 흔히 다른 소설에서의 다른 남주들처럼 여주를 말로써 상처 입힌다든지 그런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남주는 마냥 여주에게 쩔쩔매기만 했다. 중반에 다 되어가도록 남주와 여주는 전혀 갈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통 로맨스소설이라고 한다면, 남주와 여주의 까닭없고 말도 안되는 오해로 이야기가 늘어가고 그것으로 인해 흥미진진해지는데, 이 소설은 중반이 다 되어가도록 그런 내용이 없으니, 조금 심심한 기분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등장한 것은 바로 컴플렉스, 어떤 컴플렉스냐. 바로 여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아껴가면서 검소하게 살고 싶은데, 남주는 여주를 무조건 공주처럼 아무 걱정없이 집안 한구석을 장식하는 인형처럼 만들기를 원하는 거였다. 거기에서 둘의 갈등은 시작된다.
딴 얘기지만, 난 가난하게 자라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다 준다면 얼씨구 좋구나, 지화다 좋다. 이랬을 테지만 이 소설의 여주는 너무도 부유하게 자라서, 오히려 그것으로 왕따를 당하고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의 아버지와 똑같아져가는 남주때문에 마음 아파한다. 게다가 검사가 천직인 남주가 여주를 부요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다른 소설에서처럼 쓸데없는 감정소모는 없어서 조금 나를 심심하게 하긴 했지만, 뭐랄까. 나름대로 독특한 설정이었다. 불새라든지 등등의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통 보면 부족함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가난한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 남자를 엄청나게 사랑하면 모를까, 그것도 사랑의 감정은 몇년 못가는 거고. 암튼 소설 속에라 그런지, 마지막에는 여주인공이 엄청난 돈을 상속받지만 그래도 검소하게 잘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괜찮았다. 읽을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