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반짝이다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참으로 무거운 소재였다. 강간이라는 그냥 쉽게 읽고 넘어갔을 수 없는 그런 주제를 가지고 다룬 아마도 강간은 사랑이야~라는 식으로 끝나지 않은 유일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혹평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솔직히 오버다. 흔히들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면 다친다고 한다. 무거운 소재이니 좀더 진지하게, 좀더 철학적으로, 뭔지는 모르지만 굉장한 것을 기대한다. 그러니까 실망이 큰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적정했다. 그 이상 진지해졌으면 그건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그러려면 그냥 일반 소설을 써야지. 땅파고 또 파는 것으로 말이다. 대신에 재미는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여주인공에 대한 남주의 사랑, 정말 세상에 저런 인간이 있을가 싶을 정도로 애절한 그 사랑. 사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이다. 이런 거 있지 않은가. 어떤 소설에서의 남주는 이건 완전히 환상이야, 이런 인간은 없어.라고 가차없이 말해버릴 수가 있는데, 동일한 데도 불구하고 어떤 소설에서는 엄청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이 소설에서의 남주가 그렇다.  역시 작가의 글빨이 좋은 모양이다.

마무리도 깔끔했다. 더 이상 나갔으면..(생각하기도 싫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얼마전 27명의 여자를 죽인 희대의 살인가 유영철이라는 놈을, 그가 죽인 희생자의 가족이 사형시키지 말아달라서 선처를 호소했다는 내용 말이다. 증오하면 힘들다. 괴롭다. 그것은 증오를 당하는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증오하는 본인이 당사자가 더 괴로운 것이다. 가슴속에 막혀서, 생명을 갉아먹고 급기야는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파괴시켜 버린다. 그러니까 거기까지만 갔어야 한다. 주인공에 대한 지나친 감정이입이라면 할 말 없지만, 그만큼 괴로워했으면 됐다.

사랑사랑타령의 로맨스 소설에서 질렸다면,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내용은 싫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그런 소설이다. 다만 너무 문학적인 완성도를 기대하지는 말라. 아까도 말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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