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하우스 Full House 1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심히 오래전 암튼 엄청 오랫동안 끄는 바람에 인내심 없는 내게 무참히 버림 받았던 만화이다. 드라마 풀하우스가 한때를 휩쓸고 간 뒤 이미 기억에서 잊혀진 풀하우스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화주인공중에서 가장 멋있는 건 라이더라고, 그 보다 멋있는 주인공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뭐 다 본 감상으로는 멋있긴 멋있지만 그 보다 멋있는 주인공은 많이 나올 것 같다. 갠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겠지만, 김영숙의 갈채에 나오는 바르샤도 타입이 좋다.

이 풀하우스는 완벽하게 로맨스소설을 그대로 따라간다.. 로맨스소설의 백미는 무엇이냐, 바로 남여주인공들의 말싸움이다. 머리 나쁘고 혀가 둔한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재치있는 말들이 오가고 수준 높은 유머들이 구사된다. 그냥 자존심 버리면 다 될 일을 괜한 자존심 내세우다 일을 크게 만들고, 급기야는 깨지기 직전까지 가다 다시 합쳐진다. 말도 안되는 오해 때문에 대체 몇권이나 싸우고 있고 말이다. 초반의 엄청난 말싸움때문에 배를 잡고 웃고 가끔씩 보이는 라이더의 멋진 모습에 황홀해하다가 후반부에 끝을 볼 수 없는 오해로 인한 이별까지, 멋지다. 완벽한 할리퀸 로맨스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냐마는, 하긴 그런 이유는 필요도 없다. 작가 맘대로 짝지워주겠다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냐 이 말이다.

재밌다. 이 한마디로 말하면 된다. 무슨 말을 그렇게 길게 하겠냐 이 말이다. 뭐든지 큰 기대를 하고 보면 안되는 거다. 편견을 버리고 그냥 작가가 말하고 싶은 대로 이끄는 대로 따라가보면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원수연이라는 작가는 상당히 치밀하게 플롯을 짜고 그리는 타입이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엘리오와 이베트처럼 땅바닥을 긁고 파고 관 짜서 들어가 눕는 그런 것보다는 이 풀하우스가 더 좋다. 자고로 사랑 이야기를 이래야 한다. 결국 둘이 이어질 건 뻔하니까, 중간에 조금 꼬고 풀었다가 방해꾼도 등장했다가 너무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만 등장했다가 얼른 사라져야 한다. 여자가 보는 거니까 당연히 남자주인공은 완벽한 외모에 매너를 가졌지만, 사랑에는 질투할 줄도 알고 귀여운 면도 있어야 한다. 자 완벽하지 않은가. 작가가 의도한 대로 나왔고 조연들도 다 좋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을 짝사랑한 사람들까지 엮어져 잘 됐다. 좋다. 완벽하다. 뭐를 더 바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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