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귀 1 - 죽음의 마을
오노 후유미 지음, 임희선 옮김 / 들녘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1권을 읽었을때는, 정말이지 오싹했다. 공포소설이라는 것을 읽으면서도 단, 한번도, 무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사실 그동안 내가 심취해있던 공포소설은 차라리 공포소설이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웠나보다) 이 시귀는 오싹-하면서 신경을 긁는 듯한 불쾌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2,3권까지 계속해서 읽는 것을 중단하고 일단 잠을 잔 다음 아침에 다시 일어나 시귀를 읽었다. 그리고 덮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들던 물음. 시귀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불쌍하고, 사람들이 일어나 시귀들을 공격하는 것은 왜 잔인한 일인가. 시귀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을 사람들이 다른 동물들을 먹는 것과 똑같이 비교하면서, 마치 굉장히 가엾다는 듯 불쌍하다는 듯 구구절절 늘어놓더니 결국 승자는 시귀.

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건가. 그 지겨울 정도로 흔하고 진부한 '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일본 소설을 보다보면 가장 단골 메뉴가 흔히 일컬어지는 '선'과 '악'을 뒤바꿔 보여주면서 '진정한 선이란, 진정한 악이란 무엇인가, 결국 선도 악도 없는 것이 아닌가'였다. 그러더니 이것도 결국은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거였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시귀를 공포의, 미지의 대상으로 보여주더니, 그 다음에는 시귀들의 생각들을 보여주고, 그런 다음에는 시귀들의 '인간성'을 보여주면서 '불쌍하지? 불쌍하지? 너무 불쌍해서 못 견디겠지?'라고 외치는 꼴이라니. 불행히도 난 작가가 의도하던대로, 혹은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의도하던 대로 '새로운 시각'내지는 '시도'는 전혀 발견하지 못한채 그 나물에 그 비빔밥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여러 불쾌함을 덮고 찬찬히 생각해볼때, 이 작품은 수작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뛰어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마성의 아이에서도 그랬지만 군중심리가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를 기막히게 포착하고 서술해나가는 솜씨는 분명 탁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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