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주로 우리나라 판타지소설만을 보던 내게 이 십이국기라는 소설은 참 색달랐다. 싸움에 자극적인 소재에, 말도 안되는 엉터리 마법이 판치는 소설만 봐서일까? 난 이 소설을 읽고 판타지라기보다 한편의 역사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그것이 비록 이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십이국기는 이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혼란한 중국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설정된 이 이야기의 중심은 '태과'와 '기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기린'이다.

지금까지 다섯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다섯권모두 '왕'과 그를 선택하는 '기린'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된 '왕'은 과연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나라를 다스리는가. 타고났을때부터 왕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난데없이 '당신은 왕이오'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반응과 그 역량의 차이, 그에 따른 나라의 흥망.

내가 제일 좋았던 것은 시리즈 1,2권이었는데, 그야말로 평범한 여고생인 주인공이 난데없이 판타지세계로 끌려와-우리나라의 뻔한 차원이동판타지에서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거부하고 두려워하면서, 배신당하고 죽을 뻔하고, 다른 사람들을 거부했다가 다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다소 적나라하게, 그리고 약간은 섬뜩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갑자기 판타지세계에 던져진다면 저랬을지도 몰라..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감있으면서도 결코 어둡고 비관적인 내용이 아닌 '성장'의 과정을, 인간이라는 동물의 어쩔 수 없는 점을 사정없이 지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뢰하고 사랑하려는 그 따스한 시선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도 소설이지만, 오노 후유미라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멋진 판타지. 자극적이고 뻔한 스토리의 판타지에 질렸다면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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